Fancy!

Fancy에 이런 뜻도 있었다니.

by Scribblie

출근을 하던 길이었다.


내가 살던 킹스턴은 정말 평화로운 곳이었다. 런던 시내와는 달리, 마주오는 사람들과 약간의 스텝이 엇갈려도 Sorry를 하는 곳이었다. 누가 먼저 Sorry를 할까 경쟁하듯 해서, 동시에 Sorry라고 하고 웃기도 하는 그런 도보 생활은 행복했다.


나도 그런 그들을 배워가던 중이었다.


그 출근하던 길, 버스에서 내려 평소와 같이 좁은 보도를 따라 걷던 중이었다. 24인치 사이즈쯤의 캐리어를 끌며, 피어싱과 울긋불긋 염색을 한 힙하고 젊디 젊은 서양 여인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Sorry라고 했다.


예상치 못한 파열음과 불쾌한 표정을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뱉어내고 지나갔다. 아무 언어도 쓰지 않았지만 그 무언의 언어는 ‘무슨 같지도 않은 게’를 들은 기분이었다. 그때는 아직 영국 적응기에 가까워서 모든 일에 신중하느라 웬만한 일엔 감정을 드러내지도 리액션을 하지도 않았던 때였다. 그런데도, 예상치도 못한 일에 너무 황당해서, 그리고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어서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쐥~하고 지나간 그녀 앞, 바로 내 뒤에 있던 어떤 백인 남성이


Fancy!

라고 하는데.. fancy..? 나와 같이 황당하다는 표정인 걸 보니 그 여자 예쁘다는 건 아닌 거 같고, 내 마음에 알 수 없는 위로가 이는 걸 보니 그 사람은 내편 같았다.


사전을 찾아보면 맨 마지막에 이런 뜻이 있다.
Fancy : An exclamation of surprise or disbelief
믿을 수 없는 또는 놀라움에 대한 탄성이라고 한다.


Surprise는 긍부정에 다 쓰는 놀라움이라고 하니, 그도 나만큼 그녀의 Aggressive 함에 놀랐던 것 같다.


대신해서 표현해 줌에 심심하게 고마웠다. 그런 영어를 구사하는 거 보니 외국인이 아니라 Old fashioned한 젊은 영국인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녀와 그 사이, 난 인종차별과 인종보호(?) 사이에 서 있었다.


이게 아마도 영국 생활 2년 동안 겪은 가장 노골적인 공격이자 인종차별로 여길 수 있는 일이었다. 아마도 그건 인종차별이라기보단 그녀 본인의 교양 문제라고 치부한다.



중간중간 볼성사납게 섞어 쓴 영어 단어는 이해 부탁합니다. 느낌적인 느낌을 살려 적절하게 대체할 한국어를 못 찾아서 부득이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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