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로운 영국학교생활
숙제를 매일 내주기를 하나, 교과서가 있기를 하나, 한눈에 볼 수 있는 커리큘럼을 주길하나. 영국학교에서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알 방법이 당최 없다. 덩그러니 주는 건 '이번 학기에는 어떤 주제로 전과목을 해나갈 것이다.'라는 한 장짜리 마인드맵 같은 계획표가 다이다.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있었는지, 너무 궁금했지만 아이를 통해 듣는 조각 이야기를 맞춰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학부모 상담에 가서 워크북을 보고서야 비로소 영국학교의 놀라운 배움의 세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상담 순서를 기다리며 들춰봤던 워크북은 감동 그 자체였다. 과목은 영어, 수학, 과학, 사회건강으로 구성되는데, 각 과목의 워크북 앞에는 워크북을 어떻게 체크할 것이고 안내하는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마크 심볼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우리와 다른 것은, 체크는 틀린 것이 아니라 맞은 것이라는 점! 재밌고 귀여운 표현으로 띄어쓰기는 Finger Space라고 아이들이 와닿도록 신체적으로 표현한다는 점!
아이가 아직 앞에 나서는 것을 많이 어려워할 때였다. 선생님은 아이의 감정까지도 세심하게 피드백하며 격려해주었던 것이다. 학교가 이렇게 아이를 키워줬기에 그렇게까지 빠르게 학교에 적응하고 영억 늘었던가보다. 어떻게 정원 33명의 아이들에게 이렇게 일일이 마음 담긴 코멘트를 달아줄 수 있는 것일까.
여러 사람 앞에 서는 게 부끄러웠지?
하지만 너도 로켓 만든 거 우리 앞에 보여주는 게 좋았지?
수학 워크북도 심볼이 있고 핑크는 '퍼펙트!', 그린은 '다음엔 이렇게 하자', 퍼플은 '이건 좀 잘하자'라는데 웬만하면 그린과 퍼플은 휘두르지 않으시나 보다. 수학에서도 아이들의 개별적인 진도 체크가 눈에 띈다.
과학은 2학년이었던 당시, 한국에서는 3학년에 배우는 물질에 대해서 배우고 있었다. PSHE라 부르는 사회 건강 과목에서는 도덕이나 정신건강, 그리고 위생과 같은 것을 가르치는 과목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아이가 Germ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손을 잘 씻었던가보다.
그날, 워크북을 보고는 학교에 아이 배움을 의심 없이 통째로 맡기기로 했다.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반 전체로 교육한다기보다, 아이 하나하나를 정말 자세히 파악하고 이끌고 나가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