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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ribblie Jan 27. 2024

다시 Unfurnished 상태 만들기

귀국정리 No.1 물건 정리

 물건 정리는 아주 일찌감치 시작되었다. 한국인 중에도 급하기로는 2등을 허락하지 않는 데다가 소심하기까지 해서 영국에 가면서부터 귀국 정리를 걱정했던 사람이었다. 보통의 주재원들은 이사비가 지원되니 한국 짐을 옮겨갔다 또 옮겨오니 이런 고민이 덜하겠지만, 정말 한국 용달 이사비 정도 지원되는 입장이었기에 영국에 정착할 때도 500-700백만 원 하는 해외이사를 할 생각도 하지 않았고, 4개의 캐리어에 죽지 않을 만큼 담아 떠났으니, 또 그렇게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4개로 떠났던 짐은 13개의 박스가 되어 돌아왔다.

 정착은 처음이라 아는 게 별로 없어서 힘들 뿐, 그냥 사들이기만 하면 되니 돈을 쓰기로 작정만 하면 그리 어렵지도 않은 즐거운 일이었지만, 물건을 정리하는 일은 팔거나 가져갈 타인의 의지가 필요한 일이었다.  귀국 정리는 두 기로의 선택이다. 몇십에서 몇백을 품을 팔아 회수해갈 것이냐, 아니면 다 나눠주고 체리티 샵에 가져가라 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것이냐. 나는 또 한 번의 경험과 돈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가장 필요 없는 것부터 이듬해가 되자마자 팔았다. 사용빈도가 낮은 순으로 그리고 덩치가 큰 만큼 마음의 무게도 무거웠던 침대나 소파 같은 것부터 팔았다. 늘 가장 큰 걱정은 차를 파는 일이었지만 그건 타야 하는 기간이 있으니 서두를 수도 없었다. 


지금부터 사는 것보다 어려운 물건 팔아치우기를 해보자.


1. 리스팅 하기

 뭐니 뭐니 해도 팔 물건을 리스팅하고 원래 가격과 팔 가격을 정해서 엑셀 파일에 적고 팔 시기 순으로 정렬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침대와 소파부터, 드릴과 손수레까지 팔았다. 오히려 나눠주기 곤란한 물건들은 팔아야만 하기도 했다. 버리는 것도 돈이기 때문이다.

요렇게 정리해서 팔리면 사진을 지웠다.


중고거래를 위한 필수 앱 가입하기.

 물건을 파는 플랫폼은 한국인 인터넷 카페, 영국사랑,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이베이, 넥스트도어의 수단을 이용했다. 돈을 이채 받거나, 이베이 사용을 위해서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이 Paypal 가입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낯설게 느껴져 긴장되었지만, 큰돈을 주고받아야 할 때 그 자리에서 입금을 확인할 수 있는 Paypal만큼 편리한 것도 없었다. 큰 금액을 거래할 때는 위폐 방지 등을 위해서라도 계좌이체나 Paypal을 이용하는 게 좋다고 한다. 물건 거래를 할 때도, 상대가 Paypal이나 Transaction(이체)를 원하는 경우가 있으니 다양한 결제 수단을 열어두는 것이 물건을 팔기 수월하다.

 이베이는 Paypal을 결제수단으로 하기 때문에 Paypal을 가입했으면, 이베이도 가입하고 작은 물건을 사고파는 연습을 해보면 좋다. 한국인들의 네이버 카페들이나 페이스북도 미리 가입해두자. 넥스트도어는 우리가 살던 플랏의 관리인인 크리스토퍼가 우리가 물건을 정리하는 줄 알고 소개해준 지역 기반으로 거래를 하는 당근마켓같은 앱이었다.


막막하다, 어떻게 팔까?

 소파, 침대, 빨래건조기 같은 커다란 물건들은 신기하게도 모두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서 팔렸다. 소파는 쿨하게 물건도 안 보고 픽업 날짜는 맞춰본다며 돈부터 쏜 큰 짐차를 가진 영국 할아버지가 가져갔고, 아이 벙커 침대는 물건을 가져간 뒤, 조립하기 수월하라고 구성품을 분류해서 주었는데도 집에 돌아간 뒤에 몇 번쯤 뭐는 있냐 뭐는 있냐 하고 물었던 아이 엄마가 가져갔다. 그 외에도 상당수의 물건 팔아준 효자 페이스북, 처음 마켓플레이스 그룹에 가입하고 탐색하다 물건을 올릴 때의 걱정과 두근거림은 가치가 충분했다. 물건이 임자를 찾아가기까지 불발되거나 귀찮거나 불쾌한 채팅도 있었다. 하지만 채팅 과정은 또 다른 영국과 사람과 사회를 배우는 마지막 수업 같았다.


1)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한국에 돌아와서는 지역 문제로 마켓플레이스에 접근할 수 없는 걸로 봐서는, 한국에서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샵을 운영하는 경우가 아니면 마켓플레이스는 제공되지 않는 서비스 같다. 하지만 지역이 영국일 때는 페이스북 모바일앱에서도 마켓플레이스의 아이콘이 보인다. 마켓플레이스 이용을 시작하면 위치 기반으로 그룹을 검색하고 가입할 수 있어서, 당근마켓처럼 인근 지역 다양한 그룹에 가입하여 내가 올린 물건을 노출시킬 수 있다. 이베이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게 제품의 정보를 입력하고 거래할 수 있는데, 페이스북 채팅으로 사려는 사람과 거래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필요에 따라 전화번호를 교환하기도 했지만 가급적이면 안전을 위해서 메시지만 이용했다.

물건을 올리면 이렇게 보인다.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2) 이베이

 이베이도 직거래가 가능했지만, 보통은 원거리 배송을 해도 괜찮은 덩치가 작은 물건을 팔 때 이용했다. 이베이는 물건을 올릴 때 배송비도 책정해서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 부담하는 옵션을 설정할 수 있다. 영국은 한국 택배처럼 택배비가 싸지 않아서 때론 물건 값보다 배송비가 더 나오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이베이에 물건을 올릴 때 택배사를 잘 정하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우리의 우체국 택배 같은 Royal Mail은 운임비가 상당히 비싸다. 영국에서 가장 흔한 택배가 Parcel Force나 Dpd인데 그곳들도 운임비가 만만치는 않다. 가장 저렴했던 것이 Hermes여서 늘 그 택배를 이용했고, 편의점 택배처럼 Hermes를 취급하는 편의점에 가서 이베이에서 송장 나온 것을 스캔하면 박스에 붙일 운송장도 나와서 붙여서 편의점 한 구석에 두면 되어 편리했다.

영국의 대표 택배사들
처음 Hermes 택배를 붙이러 왔을 때 어디인지 몰라서 살짝 방황했던 편의점.


3) 영국사랑, 한인 카페

 영국사랑에서는 사소한 물건들을 팔기보다는 보통 자동차 중고 거래들을 더러 했다. 한인 인터넷 카페에서는 자동차부터 사소한 물건까지 다 사고팔았다. 그런데 타국에서 정착할 때는 누구나 예민해지기도 하고 나를 포함한 한국인들은 깔끔한 걸 선호해서 그런지, 서양이 중고거래가 더 보편화된 문화라 그런지, 서양인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예민한 거래가 많았고, 좁은 영국 한인사회인지라 더더욱 조심스러워서 거래하기가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보통 아이들 물건은 한인 사이트에서 팔기 괜찮았고 자동차 매매와 같이 민족적(?) 신뢰가 필요하거나 언어적 장벽이 부담이 되는 물건의 경우는 역시 한인 카페에서 한국인들과 거래하는 것이 믿을 수 있고 마음 편했다.

명실상부 영국 최대 한인 정보공유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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