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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ribblie Jan 27. 2024

전화영어는 마지막까지도 싫다, 제세 공과금 정리하기

 자... 정리해야 하는 게 뭔지부터 생각해보자. 휴대전화를 Top-up이 아니라 약정(Contract)로 했다면 해지를 해야 하고, 수도, 전기, 카운슬텍스(주민세), 정수기, 인터넷 해지, 가스난방이라면 가스도. 각 서비스마다 해지 신청할 수 있는 시점이 달랐다. 너무 임박해서 신청하면 해지가 안될까 봐, 한 달 반 전에 서비스마다 그 싫어하는 전화영어를 쫙 돌렸는데, 보통 해지 희망일로부터 30일 이내가 되어야 해지 신청이 가능했다.


가장 쉬웠던 정수기

 해지가 가장 수월했던 건 정수기였다. 해지를 30일 이내가 아니어도 신청할 수 있었다. 다만 수거일은 퇴거일 전날로 하고 싶었지만 정수기 철거 기사의 일정이 맞지 않아 3일 전에 철거를 해야 해서 식수나 요리할 물을  차도 없는데 한가득 사날라야 해서 당혹스러웠다.

있다. 없다. 이렇게 허전할 수가..


황당한 Water Thames

 수도는 런던의 가장 대표적인 수도회사인 Thames Water였는데, 1년 치 수도세를 한 번에 내는 구조였기 때문에 반드시 환불을 받아야 했다. 인터넷으로 해지 신청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고 환급 금액도 바로 고지되어서 돈이 들어오겠지 했는데 안 들어와서 자세히 보니, 해지는 해지고 환급은 또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는 황당한 구조였다.

어차피 사용량이 아니라 연간 정해진 금액을 내는데도 15일이나 걸려서 정산 고지서를 보낸다고 하더니,
급기야는 고지서를 발부하면서 차액금을 돌려받으려면 전화를 하라고?! 그것도 참 작게도 써놨다. 그냥 좀 주면 안되겠니??!!
해지하면 차액금은 그냥 돌려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니?
 돌려받으려면 전화하라니 이건 또 무슨 짓이냐,
떠나는 날까지도 이놈의 나라 시스템은 늘 새롭구나


영국이 그렇지 뭐, TalkTalk 브로드밴드

 인터넷은 30일 이내가 되는 순간 바로 해지 신청을 했고 CBeebies를 끝까지 보기 위해 퇴거 3일 전에 해지하는 걸로 했다. 신청을 하고 나니 셋업박스 리턴백을 보내준다고 했다. 한국은 수거를 안 하기도 하니 귀찮은데 혹시 안 돌려줘도 되나 했지만 역시 Saving의 나라답게 칼같이 돌려받더라. 온다던 리턴백은 일주일이 되도록 안 와서 채팅으로 리턴백이 오지 않는다고 상담했다. 상담사가 다시 보내주겠다고 한 채팅을 끝내고 나니 그날 저녁에 여기에 담아 보내면 고장 나지 않으려나 싶은 비닐백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퇴거 전에 근처 구멍가게 우체국에 들러 Royal Mail로 셋업박스를 보내고 Tracking number가 찍힌 영수증을 고이 보관해서 한국까지 왔다.

 역시 내가 이제 영국을 좀 알긴 알지. 근무일 3-5일 내에 들어온다던 셋업박스 보증료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까지 TalkTalk브로드밴드사와 채팅을 했고 Track number를 알려주며 이미 18일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더니, '19일에 입고된 게 맞는데 물류에서 내 계좌에 입고 정보를 업데이트하지 않은 것 같으니, 걱정하지 마라 너의 어카운트에 이 정보들을 남겨둬서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답을 들었고 며칠 뒤 마지막 고지서에 -25파운드가 찍히며 보증료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래 이젠 영국에 이 정도는 이력이 나서,
걱정보다는 답답이다.
한국에 돌아와서까지 챙겨야했던 셋업박스

이렇게 끝까지 하나하나 다 AS가 필요한 영국이었다. 어쩌면 칼같이 일처리가 되는 한국인 마인드를 아직 버리지 못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느긋하게 기다렸다면 처리가 되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늘 빠르고 정확함에 있어 한국만큼이길 기대하기 어려운 영국에 대비하는 법은 증거주의라는 것! 채팅, 트랙 넘버 같은 것은 잘 챙기자.


So Cool, EDF 전기

 마지막으로 집을 나오면서 처리하면 되는 것이 전기였다. 전기회사로는 메이저 회사인 EDF였는데, 2년 사는 동안 기존 사용량 데이터로 기반으로 부과된 요금이 3개월마다 우편물로 고지되고 인터넷이나 이체로 납부하는 방식에서, 앱이 생겨서 직접 미터를 입력하고 앱에서 바로 납부하는 방법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퇴거 일에 미터를 읽어서 전기회사에 전화를 하고 부동산에 돈을 맡겨서 납부를 해야 했다고 하는데, 그냥 앱에서 해지 신청을 사전에 하고 퇴거일에는 미터를 입력하고 납부하고, 화면을 스크린 캡처해서 부동산에게 보내주는 것으로 가장 쿨하게 마무리되었다.  

가장 쿨한 처리! EDF
미터를 입력하면 바로 금액이 나오고, 또 바로 납부할 수 있다! Smart!


결국엔 사고 친 3 Three통신사

 정말 중요한 거였다. 왜냐면, 비행기 타기 전까지 꼭 써야 했던 게 전화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시간 17일까지 쓰겠다고 그렇게 몇 번을 말했는데, 17일 0시가 되는 순간 전화가 끊긴 걸 확인하고 머리가 핑~ 그때부터 대책 로드맵이 머릿속에서 가지를 치기 시작했다. 일단 공항으로 갈 우버를 불러야 하는데, 그건 노리키네 집이니까, 인터넷이 되니까 문제없다. 우버에서 공항 간은 인터넷이 안되니, 인터넷으로 검색해야 하는 모든 것은 사전에 검색해서 핸드폰에 오프라인 상태로 다 저장해야 한다. 공항에 들어서면 공항 와이파이를 잡으면 되니까 큰 문제는 없다고 계산을 했다.

 그런데 결국, 예상치 못한 문제는 새로 사서 한 번도 써보지 못한 Spode 보안 검색대에서 압수되며 시작되었다. 케이크 서빙 나이프를 나이프라고는 일절 생각하지 않고 기내 가방에 넣었는데 그게 칼로 분류되어 압수되어야 했던 것. 다행인지 불행인지 영국 내 지인의 주소로 배송시킬 수 있었는데, 그걸 신청하는 넘버를 넣어도 에러가 떠서 해당 업체로 전화를 하려 했는데 전화가 끊겨버렸던 것. 공항 보안검색대 직원에게 “미안하지만 유선 전화를 한번 쓸 수 있을까?” 등등 혼이 머리 위로 빠져나가는 게 눈에 보이는 듯했다. 마지막 공항은 우수에 젖을 여력도 없었던 것은 다 Three 덕분이었다.

이게 그렇게 흉기이더냐!!
영국 내 지인 집으로 보내는 배송을 신청했는데, 나중에보니 9파운드에 산 물건을 19파운드 배송비를 내긴 아까워서 포기했다. 떠나기 직전까지 공부다 공부


 그렇게...

빨리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으면 좋겠다. 그 순간이 오면 이 모든 어려운 일들은 다 지나가 있는 거잖아.

라며 비행기에 앉아 있는 순간을 상상하며 견뎌냈던 귀국 정리는, 정말 끝이 나긴 났고, 아이와 둘이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는 안 올 것만 같았던 그 순간에 도착해 있었다.

이제 진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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