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2년 전과 똑같은 모습의 텅빈 집을 보니 시간 착오에 현기증이 살짝 일었다. 언제 그렇게 많은 일이 있기나 했냐는 듯, 2년을 돌아 처음 이 집에 도착했던 그 순간에 다시 도착해 있었다.
이 여정의 끝은, 그 마지막 찰나를 함께 해준 노리키네 이야기로 제2막을 희미하게 열어두려 한다.
Korean Air 6시 20분, 어둠이 이미 내려앉았을 다저녁 비행기. 호텔에서 11시 체크 아웃을 하고 그 공백시간 동안 한 겨울에 아이와 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몇 달 전부터 걱정이 앞을 가렸다.
집에서 며칠에 나와요?
귀국 비행기를 타기까지 며칠이 되든 우리 집에서 머물러도 좋아요
2년 동안 가깝게 지내던 한국인 언니도 해주지 않았던 그 말을 노리키 엄마가 해주었다. 낯선 땅에서의 마지막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영국 생활 내내 영국 사회에서 이방인이 아니라는 걸 환기시켜주었던 따뜻하고 고마웠던 노리키 엄마 아이코. 피천득의 아련한 연인 아사코가 이런 사람이었을까 한번씩 궁금해지게 했던 그런 사람이었다.
일본식 다다미 온돌방으로 꾸며져 있던 노리키네 집 뒤뜰의 썸머 하우스, 2년간 영국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마지막 밤의 온기를 기억한다. 다다미에 걸터앉아 물끄러미 바라보면 시선이 닿던 본채엔 아이코와 세 아이, 그 가장 평범하고도 평화로운 일상이 내 눈이 기억하는 영국의 마지막 프레임인 것은, 정말이지, 고됐던 귀국 정리의 끝에 마음의 평안과 축복과 같았다.
영국시간 2020년 1월 17일. 떠나는 날 아침은 너무하리만치 지금까지 살아온 영국에서의 여느 평범한 날과 같았다. 아직 6개월이 안된 카츠키와 만 두 살이었던 레이카까지 데리고, 아이코가 노리키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출장 간 노리키 아빠를 대신 해, 노리키를 학교에 데려다주러, 인생 9년 차가 된 딸아이와 차가운 겨울 아침을 깨고 거리로 나왔다. 평범한 영국 일상을 눈으로 꼭꼭 씹으며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그 아침의 서늘한 하늘색 공기가 아직도 코안에서 감돈다.
늦은 오후는 쉬이 왔고, 우버 택시에 짐을 실었다. 그리고 영국인들에게서 배운 온몸을 다해 안아주는 Bear Hug를 전하며 우리는 몇 개월 뒤에 다시 만나리라 생각했다. 코로나가 우리를 긴 시간 떨어뜨려 놓을 줄은 모른 채.
…
Just after you’ve left, the feeling of
something lost suddenly hit me.
-Ai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