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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ribblie Oct 23. 2021

이 여정은 이렇게 끝난 것일까

귀국

2년 전과 똑같은 모습의 텅빈 집을 보니 시간 착오에 현기증이 살짝 일었다. 언제 그렇게 많은 일이 있기나 했냐는 듯,  2년을 돌아 처음 이 집에 도착했던 그 순간에 다시 도착해 있었다.



 이 여정의 끝은, 그 마지막 찰나를 함께 해준 노리키네 이야기로 제2막을 희미하게 열어두려 한다.

 

 Korean Air 6시 20분, 어둠이 이미 내려앉았을 다저녁 비행기. 호텔에서 11시 체크 아웃을 하고 그 공백시간 동안 한 겨울에 아이와 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몇 달 전부터 걱정이 앞을 가렸다.

집에서 며칠에 나와요?
귀국 비행기를 타기까지 며칠이 되든 우리 집에서 머물러도 좋아요

2 동안 가깝게 지내던 한국인 언니도 해주지 않았던  말을 노리키 엄마가 해주었다. 낯선 땅에서의 마지막 온기를 느낄  있었다. 영국 생활 내내 영국 사회에서 이방인이 아니라는  환기시켜주었던 따뜻하고 고마웠던 노리키 엄마 아이코. 피천득의 아련한 연인 아사코가 이런 사람이었을까 한번씩 궁금해지게 했던 그런 사람이었다.


 일본식 다다미 온돌방으로 꾸며져 있던 노리키네 집 뒤뜰의 썸머 하우스, 2년간 영국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마지막 밤의 온기를 기억한다. 다다미에 걸터앉아 물끄러미 바라보면 시선이 닿던 본채엔 아이코와 세 아이, 그 가장 평범하고도 평화로운 일상이 내 눈이 기억하는 영국의 마지막 프레임인 것은, 정말이지, 고됐던 귀국 정리의 끝에 마음의 평안과 축복과 같았다.

아이코가 있는 풍경, 그리고 나.


 영국시간 2020년 1월 17일. 떠나는 날 아침은 너무하리만치 지금까지 살아온 영국에서의 여느 평범한 날과 같았다. 아직 6개월이 안된 카츠키와 만 두 살이었던 레이카까지 데리고, 아이코가 노리키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출장 간 노리키 아빠를 대신 해, 노리키를 학교에 데려다주러, 인생 9년 차가 된 딸아이와 차가운 겨울 아침을 깨고 거리로 나왔다. 평범한 영국 일상을 눈으로 꼭꼭 씹으며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그 아침의 서늘한 하늘색 공기가 아직도 코안에서 감돈다.

 늦은 오후는 쉬이 왔고, 우버 택시에 짐을 실었다. 그리고 영국인들에게서 배운 온몸을 다해 안아주는 Bear Hug를 전하며 우리는 몇 개월 뒤에 다시 만나리라 생각했다. 코로나가 우리를 긴 시간 떨어뜨려 놓을 줄은 모른 채.



Just after you’ve left, the feeling of
something lost suddenly hit me.
-Ai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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