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영국문화
첫날 아침이었다. 어둑한 밤에 도착해 아무 것도 보지 못했던 에어비앤비 숙소의 창을 열었을 때, 말하는 듯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눈 앞에 펼쳐진, 한겨울 선명한 초록 잔디를 배경으로 한 그 새소리는 -지루한 표현이지만- 천상의 소리 같았다. 런던의 첫인상이었다.
런던의 첫인상을 시각보다는 청각으로 남겨준 그 소리가 겨울에도 영국을 떠나지 않는 로빈이라는 새의 소리라는 것을 훗날 알게 되었다. 흔히 그런 말을 하지 않는가, 한국인들은 한이 많아서 새도 ‘운다’고 하고, 서양은 새가 ‘노래한다’한다 한다고. 그런데 들어보면 로빈은 정말 노래하듯 지저귄다. 한국에 돌아와서 참새든 종달새든 까치든 까칠하게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는 ‘그래 로빈이 노래한 게 맞구나.’ 생각했다.
영국의 대부분의 자연물이 신기할 정도로 친인간적이긴 하나, 로빈은 겨울에 가정집 뒤뜰에 들어앉아 사람이 먹이 주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순식간에 정원에 둥지를 틀기도 하고, 화분이나 헌 신발 같은 곳에 자리를 잡기도 한다. 그렇게 긴 영국의 겨울, 아롱아롱 소박한 마음을 가진 영국인들에게 로빈은 친구 중 친구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 용품이나 크리스마스 장식, 크리스마스 카드, 겨울 스웨터에도 로빈이 많이 들어있다.
로빈과 늘 함께 다니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윈터베리이다. 아이와 하교하던 어느 겨울날, 아이가 저게 “윈터베리야!”그랬다. 학교에서 겨울에 대해 배웠던가보다.
사실 런던의 겨울은 뼈가 저미는 추위라는 악명만큼 우울하지 않다,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어쩌면 타지에서 맞는 겨울이기에 그렇게 아프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 같다. 겨울이 우기라지만 우리네 장마처럼 들이붓지도 않고 스프레이 뿌리듯 오는 게 보통이라서 맞고 다닐 만도 하다.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잘 없기에 잘 오지도 않지만 어쩌다 눈이 오면, 푸른 잔데, 홀리의 짙은 녹색 잎과 새빨간 열매, 그리고 주홍 빨강의 윈터베리까지 눈 사이로 빼꼼빼곰 고개를 내민 풍경은 크리스마스 카드의 한 장면 같다. 거기에 햇살까지 쨍하게 내리쬐는 순간엔 정말 Holly하다고 해야 할까.
귀국 후 한국의 첫 겨울이 다가 오고 있다. 그 혹독함을 알기에 벌써 긴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