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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니 Sep 04. 2024

벽돌책 요약하기 1 - 죄와 벌 (상)

매우 읽고 싶었지만, 부담스러운 분량에 계속 미루던 <죄와 벌>을 드디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흡인력이 어마어마한 소설입니다. 읽기 시작한 걸 멈출 수 없을 정도로요.


1천 페이지가량 되는 책의 분량을 보니, 왜인지 모르게..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 생깁니다. 누군가 <죄와 벌>의 내용을 물을 때 ‘이런 스토리야’하고 막힘없이 말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또 하나는, 기념비적인(?) 벽돌책 기껏 읽고 책 덮었는데 ‘무슨 내용이었더라’ 하는 것만큼 저 자신이 한심한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챕터별로 정리하며 읽는 중인데, 

중간에 끊겨도 금세 주인공 심리 상태에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그 때문인지 뒤로 갈수록 더 재미있습니다.


책 리뷰는 (하)권까지 다 읽은 후에 올리기로 하고,

우선은 (상)권의 내용을 요약해 올립니다.


<죄와 벌> 읽었는데 기억나지 않는 분

내용을 한 번 더 복기하고 싶은 분

줄거리를 알고 싶은 분

요약이 필요한 분들 보시면 좋습니다.     


*책 전체를 요약한 글이다 보니, 스포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점 참고 바랍니다.






1부 - 노파 살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 

돈이 필요해 전당포 주인 노파, 알료나를 찾아간다. 전당포 내부를 살피던 라스콜리니코프는, 물건 값어치의 절반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전당포를 나온다. 

‘그 일’을 행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일은, 살인이다. 고뇌하던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운명 혹은 신의 계시처럼 다섯 개의 사건이 발생한다. 아니 다섯 존재가 나타난다. 그를 움직이게 만든.


1. 소냐

전당포를 다녀오는 길에 들른 술집에서 마르멜라도프를 만난다. 능력 없는 아버지와 폐병에 걸린 새엄마, 그에 딸린 어린 세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마르멜라도프의 딸 소냐는 자신의 몸을 판다. 


2. 두냐

집에 돌아온 그에게 어머니의 편지가 와 있었다. 몇 달 만에 온 편지에 라스콜리니코프는 손을 떨며 편지를 연다. 어머니는 그간 편지하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다는 말로 시작한다. 그 이유에는, 라스콜리니코프의 여동생 두냐가 스비드리가일로프 집에 가정부로 일하며 겪은 고난과 수모, 진실 공방 끝에 오명을 벗은 사건, 두냐에게 청혼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3. 암말

편지에 담긴 그 사건은 모두 돈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돈은 여동생과 어머니의 생활비가 아닌 라스콜리니코프의 학비와 생활비였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잠든 라스콜리니코프는 꿈을 꾼다. 작은 암말이, 마차를 끌지 못한다고 마부와 주변 남자들에게 채찍질당하고 끌채로 얻어맞고, 쇠몽둥이로 가격 당해 급기야 죽고 마는 그런 슬픈 꿈. 


4. 리자베타

거리로 나간 라스콜리니코프는 상인과 이야기하고 있는 리자베타(전당포 노파 알료나의 이복동생)를 발견한다. 리자베타가 내일 7시에 집을 비울 것이라는 사실을 엿듣고는 ‘그 일’을 행할 기회가 왔다고 느낀다. 마치 운명처럼. 


5. 대학생

리자베타가 알료나에게 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얼마 전 술집에서 들었던 대학생과 장교의 대화를 떠올린다. 그 대화는 리자베타를 착취하는 알료나의 비열함을 부각하고, 그와 동시에 알료나의 존재 가치에 의문(살 가치 있는 사람인가? 노파의 삶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나?)을 제기한다.


“도움을 받지 못하면 좌절하고 말 싱싱한 젊은이가 있단 말이야. 그런 젊은이는 도처에 있어! 그리고 수도원으로 가게 될 노파의 돈으로 이루어지고 고쳐질 수 있는 수백, 수천 가지의 선한 사업과 계획들이 있단 말이야! 어쩌면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올바른 길로 갈 수도 있고, 수십 가정들이 극빈과 분열, 파멸, 타락, 성병 치료원으로부터 구원을 받을 수도 있어. 이 모든 일들이 노파의 돈으로 이루어질 수 있단 말이야. 그래서 빼앗은 돈의 도움을 받아 훗날 전 인류와 공공의 사업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노파를 죽이고 돈을 빼앗는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 작은 범죄 하나가 수천 가지의 선한 일로 보상될 수는 없는 걸까? 한 사람의 생명 덕분에 수천 명의 삶이 파멸과 분열로부터 구원을 얻게 되고, 한 사람의 죽음과 수백 명의 생명이 교환되는 셈인데, 이건 간단한 계산 아닌가! 그 허약하고 어리석고 사악한 노파의 삶이 사회 전체의 무게에 비해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그 노파의 삶은 바퀴벌레와 이[蝨]의 삶보다 더 나을 것이 없고, 어쩌면 그보다 더 못하다고도 할 수 있어. 왜냐하면 그 노파는 해로운 존재니까. 그 노파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갉아먹고 있잖아. 그 여자는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홧김에 리자베따의 손을 깨물어서 거의 잘라 낼 뻔했다고!” (1부 6)


‘그 일’을 행하기 위해 라스콜리니코프는 외투 안에 도끼를 챙기고는, 노파의 집으로 향한다. 

이후의 일은 예상했던 것처럼, 노파 살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일. 리자베따의 등장이다. 당황한 라스콜리니코프는 리자베따까지 살해한다. 



2부 - 갈등 끝에 다진 생의 의지


노파 살해 후. 무슨 정신으로 집에 돌아왔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감에 옷이 흠뻑 젖은 라스콜리니코프는 소파에 늘어지며 기절한다. 눈을 뜨고 상황 파악을 하던 그는 소환장을 받고 경찰서에 출석한다. 노파 살해 건은 아니고 밀린 집값에 대한 차용증 건이었다. 그러던 중 경찰서에서 들은 노파 살해 수사 상황. (꼬흐와 대학생이 용의자로 올랐다.) 한 차례 기절 후 집에 돌아간 라스콜리니코프는 훔쳐 온 노파의 물건을 챙겨 밖으로 나간다. 물가에 버리려던 생각을 바꿔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한다. 방치된 건물 앞마당에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던 바위를 들춰내고 그 아래에 물건을 묻는다. 한시름 놓았음에도 라스콜리니코프는 지속적으로 기절하고 환각을 겪는다. 그를 돌보기 위해 대학 친구 라주미힌과 의자 조시모프가 방문한다. 그들의 대화를 통해 노파 살해 용의자로 칠장이가 지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노파 살해 주제가 나올 때 라스콜리니코프는 동요하고, 라주미힌과 조시모프 역시 그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챈다.)


그러던 와중 라스콜리니코프의 방을 방문한, 반갑지 않은 손님. 루쥔이 등장한다. 몇 차례 대화를 나누고, 모든 사람이 그곳을 떠났을 때 라스콜리니코프는 옷을 챙겨 입고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온다. 댐에 뛰어들어 자살 시도한 여자를 목격한 후, 마차에 깔린 마르멜라도프를 발견한다. 그를 집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지만 마르멜라도프는 사망하고 만다. 그리고 아버지 임종 전 도착한 소냐를 본다. 마르멜라도프를 떠나보내고 돌아가는 길, 왜인지 라스콜리니코프는 삶의 의지가 되살아난다. 


“불현듯 느끼게 된 강렬한 삶의 감각, 이 새롭고도 무한한 감정에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이 감정은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느닷없이 뜻밖의 사면을 받은 사람이 느낀 것과 비슷했다고 할 수 있다.” (2부 7)


3부 - 살인할 권리


집으로 돌아온 라스콜리니코프. 어머니와 여동생 두냐가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진행형인 노파 살인 수사에 바짝 신경이 곤두선 주인공은 따뜻하게 가족을 반기지 못하고, 아들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사실에 엄마는 혼절 직전이다. 두냐에게 루쥔과 결혼했다가는 나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으름장을 늘어놓는 라스콜리니코프. 우선 숙소로 돌아가고 내일 다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어머니와 두냐는 (루쥔이 잡아준 허름한) 숙소로 이동한다.


다음날 라스콜리니코프는 두냐에게 사과하지만, 어제 한 말은 진심이었다는 확인 사살을 한다. 루쥔은 저녁 식사 자리에 라스콜리니코프를 부르지 말라 했지만, 두냐는 오빠의 참석을 바라고 라스콜리니코프는 그에 응한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전당포에 맡겼던 자신의 물건을 되찾고자 라주미힌의 삼촌인 예심판사 뽀르피리를 찾아간다. 비범한 이의 살인을 정당화하는(듯 보이는) 라스콜리니코프의 논문에 관해 열띤 대화가 펼쳐진다. 


뽀르피리

“이분의 논문에서 모든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으로 나뉘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거야. 평범한 사람들은 순종하며 살아야만 하고, 법률을 어길 권리를 지니고 있지 않아. 왜냐하면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니까. 비범한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권리와 법률을 위반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비범하기 때문이라는 거야.”


라스콜리니코프

“저는 다만 〈비범한〉 사람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 즉 공식적인 권리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양심상…… 모든 장애를 제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고 말한 것뿐입니다. 그것도 만일 그의 신념(때로는 모든 인류를 위한 구원적인 신념일 수도 있지요)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요구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말입니다.”


“리쿠르고스, 솔로몬, 마호메트, 나폴레옹 등으로 이어지는 인류의 입법자들과 제정자들은 새로운 법률을 제시하고, 그로 인해 선조로부터 전해져서 사회에서 성스러운 추앙을 받은 낡은 법률을 파괴했고, 만약 유혈만이 그들을 도울 수 있었다면(때로는 낡은 법률을 위해서 용감히 죄 없이 흘린 피도 있기는 합니다), 피 앞에서도 멈추지 않았다는 점만을 보더라도 그들 모두가 하나같이 범죄자들이었다는 생각을 발전시킨 거지요. 이런 인류의 은인과 건설자들의 대부분이 특히 무서운 살인자들이었다는 점은 흥미롭기까지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저는 위대한 사람만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상궤를 벗어난 사람, 즉 조금이라도 뭔가 새로운 것을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천성상 물론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분명히 범죄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겁니다.”


라주미힌 

“그러니까 너 자신만의 의견은, 내 생각에는 정말 무서운 일이지만, 어쨌거나 네가 〈양심상〉 유혈을 허용한다는 점이야.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그것도 광신적일 정도로 말이야……. 바로 이 점이 네 생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야. 〈양심상〉 유혈을 허용한다는 것, 그것은…… 그것은 내 생각에 유혈을 공식적으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것보다도 더 무서운 일이야…….”


뽀르피리가 노파 살해 사건 관련, 자신을 의심하는 걸 눈치챈 주인공은 그의 교묘한 함정에서 간신히 빠져나간다. 엄마와 두냐를 만나러 그들 숙소로 가는 길. 불현듯 자신이 무언가 놓친 건 없는지 불안함을 느낀 라스콜리니코프는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없었다. 집을 나서려던 찰나, 누군가 그를 찾아온다. 처음 보는 얼굴의 상인이다. 한마디 말도 없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는 상인. 라스콜리니코프는 그를 쫓아가지만, 상인은 아무 말이 없다. 그러던 중 ‘조용하지만 분명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그는 이 한마디를 던진다. “살인자!” 


그 말에 ‘두 다리에서 힘이 쑥 빠지며 등골이 오싹’해진 라스콜리니코프.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더니 곧 잠겼던 걸쇠가 벗겨진 듯이 급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정신 착란에 빠진 것처럼 불안정한 상태의 라스콜리니코프는 격정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다 정신을 잃는다. 




(하)편 요약으로 곧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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