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와 체감이 다른 추석. 어른이 된 걸까

by 김서니

추석 송편, 좋아하세요?


한입 베어 물고 내용물을 확인했을 때

콩고물 나오면 꽝, 꿀 나오면 당첨(?)이었지요.

그 입맛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어렸을 때, 떡 반죽과 여러 소를 펼쳐 놓고 바닥에 앉아 송편을 만든 기억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맛으로 채우기 위해 달짝지근한 소를 골라 가득 넣었지요.

찜기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 (동생들이 만든 송편과 섞여서) 나의 송편을 찾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구분용으로 표시도 해두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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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은 살짝 식힌 후에 먹어야 쫀득함이 살지만,

갓 쪄낸 송편도 온기 때문인지 단맛이 극대화되어 꽤 좋아했습니다.


뜨끈한 송편을 맛보고, 식은 후에 또 먹고, 내가 만든 것은 어떤지 남이 만든 건 어떤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계속 먹었는데요.

이제는 손이 잘 안 가더라고요. 적게 먹어도 소화를 못 하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인생은 등가교환이라고, 소화 능력을 잃은 대신 얻은 게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명절이면 고생했을 엄마의 노고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지요.


명절이라고 하면 놀고먹을 기대감에 들떴었는데

이제는 매년 명절이면 엄마가 얼마나 고생했을지 보이는 겁니다.


연휴를 보내는 방식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친척 집에 하루라도 더 머무르고 싶던 마음이 가득했는데

이제는 하루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이 앞서게 된 것이지요.

그렇지 않고서는 체력이 도통 채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끼는 요즘입니다.

어른이 된 걸까요?

어렸을 때 되게 크게 느껴지던 어른들만큼 저는 아직 자라지 못한 것 같은데 말이죠.

본인도 모르게 되어버리는 것이 어른인가 봅니다.


그렇다면, 저는 제대로 된 어른이 되었을까요?

조카들에게 성적을 묻거나, 연봉을 묻거나, 결혼을 묻지 않는 걸 보면 좀 괜찮은 걸지도..?


가끔 너무 관심 없다고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묻지도 않은 이에게 대뜸 조언을 건네는 일은

서로 불편한 일이라는 걸 알기에… 그냥 조용히 있는 편입니다.


‘얼마든지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으니, 말만 해라’의 자세를 어떻게 취해야 할지

아직 방법을 못 찾았습니다. (좋은 방법 있는 분 알려주세요!)


어렸을 때 생각한 그런 멋진 어른은 아니지만

그래도 못난 어른이 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부디 서로가 평안한 그리고 스트레스 없는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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