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단위로 쪼개질 핵개인 시대 <시대 예보>

자기 결정권 경시하면 소멸할 수도

by 김서니

당장 내일 날씨도 안 맞는데, 뭔 시대 예보..?


이 거시적이고 거창한 제목에 오히려 기대감이 파사삭 식었으나

채널십오야 에그문화센터에 나온 말총머리 송길영 작가를 보고 관심이 살아났다.



과연 책 내용도 말총머리 아저씨 외양만큼 매력적일까?




책은 K는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도발(?)로 시작한다. 대충 지리적 구분과 전체주의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

다양성을 수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수직적 능력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 수평적 사고의 다양성을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산업화 시대만큼 경제가 지속적인 팽창을 담보하지 않는 저성장 사회에서는 모든 영역에서 생태계 관점의 지속성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p.58


“다양성에 관한 이해가 없으면 혐오와 차별이 생깁니다. 우리와 다른 그들을 증오하고 솎아내려는 일이 벌어집니다. 사회적 소수자, 성 정체성, 장애인, 연령, 외국인, 지방 그리고 노동 분야에서는 임금, 학력 같은 것들이 전부 다 한국 사회에 아직도 존재하는 차별입니다.”
p.83



한국은 다양성 포용도가 밑바닥이라는 기사를 봤다.

다른 의견을 존중받지 못하거나, 배제당한 경험을 한 이유가 이 때문인 것 같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표현이 꽤 최근까지도 사용된 걸 보면 ‘나와 다름’은 수용받지 못했던 것 같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성격이 둥글지 못한 사람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주변과 다른 행동을 하거나 튀는 행동을 하면 미움받을 수 있다는 의미도 있음)


달리 말하면, 규격화된 형태를 벗어나면 정 맞는다고 해야 하나.

사회가 규정한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을 벗어났을 때,

여자답지 못함과 남자답지 못함은 면박당할만한 일이 된다.

무얼 먹을 때도 한 가지 방법대로 먹으면 '제대로 먹을 줄 모르게'라는 말을 하는 것도 포함.

현상이나 사람을 분류하고, 그룹별 성격을 규정하고, 꼭 무언가를 정의하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MBTI 관련 소신 발언(?)

엠비티아이는 내향형/외향형, 계획형 어쩌고 등을 지칭하는(혹은 설명하는) 개념이 됐다.

나를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과 대화의 물꼬를 트게 한다는 거? 너무 좋다. 지금 당장은 대체할 수 있는 무엇이 없다는 것도 알고. 나도 종종 쓰면서 느끼니까. 다만, 뇌절을 넘어설 정도로 모든 일에 MBTI 잣대를 들이대는 건 살짝 거부감 든다.


아예 가능성을 배제해 버리고, 정해진 틀에 맞춰 사람을 해석하는 느낌이랄까.

그 사람은 S라서 혹은 N이라서 나랑 대화가 안 맞더라고

T라서 말을 어떻게 하고, F라서 성격이 어떻고

I는 어쩌고, E는 또 저쩌고..


이게 왜 그렇게 거부감을 주나 했더니

MBTI 틀에 맞춰 사람을 단정 짓는다는 것이 1번이고,

은근하게 반대 성향은 좋지 않게 말한다는 것이 2번이었다.

결국에는 '배제'와 같은 결의 느낌이었으니까.




아직 갈길이 남았지만, 다행히도 다양성 인정의 영역이 조금씩 확장되고는 있는 것 같다.


확장의 다음 수순은 당연하게도 집단 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풍조가 생긴다는 거다.

개인의 서사고유성이 중요하다고 각광받는 이유다.

진작 이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균형은 사회와 직장뿐 아니라 가족 관계에도 해당한다. 누굴 책임지고, 부양하지 않는 의존적이지 않은 독립적인 관계가 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관통하는 내용은 ‘내 살 길은 내가 찾는다’이다.

그리고 그 '살 길'에는 변화 적응성고유함이 있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 건 불변의 사실이므로, 그 환경에서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첫 번째 능력이다.

다변화하는 세상에서 유일한 건 '나'이기에 고유함이 두 번째 능력이 된다.


그렇다면 나의 고유함은 무얼까?

매번 고민하지만, 이 질문 앞에서 쉽게 답하기는 매번 어렵다. 새삼 또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

송길영의 방송이나 글을 몇 번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가 최근에 (아마도) 가장 강조하는 것은 ‘서사’다.

내가 축적해 온,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서사’가 나의 ‘고유성’인 거다.

고로 서사 = 유일무이함.




책 전반이 회사 같은 집단이 아닌 개인을 강조하고 있기에,

프리랜서의 일하는 방식 혹은 형태와 잘 닿아있다.


나처럼 프리랜서인 사람에게 좋은 소리를 하는 책.

실제로 좋게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변화나 영감을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맞아맞아’ 하면서 읽지만, ‘아..?’하는 의문이나, ‘아..!’ 하는 탄식이 터지기는 어려운 책이랄까.


그래도 남녀노소,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모든 세대가 읽으면 좋을 책 같다.

세대를 이해하는 책으로 이름 붙여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특히 4장이 그랬다.)




+) 사실 이 책은 세 자매 독서모임의 막내(만 23세)가 골랐다.

막내의 최초 니즈는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면 될지(삶의 태도라기보단 일 쪽에 가까운) 등 그에 관해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고 싶다 말했다. (의도 파악을 100% 하진 못해서 이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처음에 골라온 두 책은 막내의 물음에 답을 주기는 어려워 보여, 자매 셋이 이런저런 책을 뒤져보고 고민하다 결정한 것이 <시대예보>였다. 니즈에 딱 들어맞는 책은 아니었으나, 힌트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택했다.


막내야. 책이 도움이 되었니?

너의 물음을 충족할만한 내용으로 가득한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부분적으로 차용하고 적용할 수는 있을 걸로 보인다.

앞으로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일을 해야 하는지,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관해

꽤 그럴듯한, 실현 가능성 있는 예보였다고 생각하니까. 일단은 책을 다양하게 많이 읽으렴.


고로, 아직 삶의 방향을 잡지 못했거나 급박한 미션을 해치워(예를 들면 졸업이나 취업) 여유가 생긴 사회 초년생이라면 꽤 괜찮은 책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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