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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크립트 김작가 Jul 24. 2017

개미지옥, 만년필의 매력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만년필의 역사 

날카로운 펜촉이 종이를 적신다. ‘사각사각’ 평범했던 종이가 검은색 글자로 물들어간다. 일상이 디지털화 되어가는 이때, 아날로그의 매력은 빛을 발한다. 필기구로써 만년필의 이용 가치는 줄었지만 취미로써 만년필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개미지옥처럼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만년필의 매력은 뭘까.


사진=한국면세뉴스DB


20세기 초중반,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는 항상 만년필이 있었다. 1919년 1차 세계대전 종전 협정인 베르사유 조약, 1945년 미국 아이젠하워와 맥아더 장군의 2차 대전 종전 협정, 1987년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핵무기 감축 협정, 1990년 독일의 통일 조약식 등을 최종 마무리한 것은 만년필이었다. 만년필이 지식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사진=워터맨의 초상화

유명인들 역시 만년필 애호가로써 명성을 떨쳤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삼성’을 일궈낸 고 이병철 회장이 즐겨 쓴 만년필은 프랑스 워터맨이었다. 워터맨은 최초의 만년필 제조회사로 1884년 뉴욕에서 레위시 에드슨 워터맨(Lewis Edson Watterman)에 의해 설립됐다. 펜 촉에 긴 홈을 파내어 잉크가 흐르지 않는 펜을 최초로 개발했다고 전해진다.

사진=1987년 12월 18일 중거리핵무기폐지 조약에 서명중인 고르바초프와 레이건의 모습

127년의 역사를 가진 영국의 파카 만년필은 영국의 대표 소설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집필에 사용됐다. 작곡가 푸치니 역시 이 만년필을 통해 오페라 ‘라 보엠’을 작곡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영국 왕실은 파카 만년필을 공식 지정 펜으로 지정해 왕실의 중요 행사가 있을때 마다 피카펜을 통해 서명을 해오고 있다.

사진= 1963년 독일-프랑스 우호조약이 맺어질 당시 독일을 방문한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에게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49 만년필을 건네는 콘트라 아데나워 독일 총리.



몽블랑은 약 10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가장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만년필이다. 1997년 IMF당시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금융구제를 받았을 당시에도 재정경제원 임창열 장관이 서명한 펜이 바로 ‘몽블랑’이다. 1906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시작한 몽블랑 만년필에는 화이트 스타로고가 박혀있다. 이는 만년설로 덮여 있는 몽블랑 산의 여섯 봉우리를 뜻하는 것이며 최고의 품질과 장인정신을 향한 몽블랑의 의지를 상징한다. 몽블랑의 대표 제품 ‘마이스터 스튁 149’는 탄생 91주년을 맞은 현재까지고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만년필은 그 무구한 역사를 지나 아날로그의 감성을 대표하는 상징적 물건으로 자리 잡았다. 만년필 특유의 잉크냄새와 글을 쓸 때마다 느껴지는 사각사각한 음성이 글 쓰는 즐거움을 깨닫게 해준다. 가끔은 이렇게 느리게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http://kdfnews.com/?p=27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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