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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호사K Jan 25. 2024

집도의의 새로운 수술법 첫 케이스

수술실 간호사 입장에서 만난 특수 수술

기술과 재료의 발전으로 교수님들은 꾸준히 학회, 연수, 업체와의 교류 등을 통해 새로운 수술법을 도입하신다. 하지만 이게 수술실의 말 그대로 원내에 도입한 '첫 케이스'일 경우, 수술팀과 상의하여 준비할 것이 상당하다.

이번에 내가 경험한 수술실 간호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느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지만, 알아서 잘 해야 한다.'

수술 일정이 들어오기 전, 일정과 정확한 수술명을 공유 받는다. 정확한 수술명 혹은 접근 방법을 알면, 영어로 구글이나 유튜브를 통해 검색하면 잘 정리된 학회 발표 자료나 논문 자료가 많이 나온다. 이를 통해 수술실 간호사도 이게 어떤 수술이고, 어떤 접근 방법을 취하고 기존의 방법과 무엇이 다른지 확인할 수 있다. global standard로 중복되는 내용들을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개념을 확립해 나가면, 교수님이 특정 요구를 할 때 어떤 필요에 의해 찾는지 확인하고 원내 기구와 재료와 비교가 가능해진다.

수술 일정이 확정되면, 원내에 사용 가능한 기구와 재료가 부합하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물류 간호사, 물류자산팀과 상의하여 진료 재료를 미리 확보한다. 원내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들은 업체에서 샘플을 받아 수술에 필요한 수량을 확보하거나, 수가 재료대 청구를 위해 코드 작업을 미리 거치기도 한다. 특히나 해당 진료과는 물론이고, 타과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 특수 재료들은 원내 수량이 적을 수 있기 때문에 물류자산팀과 미리 재고를 확인하고 불출 받아야 했다.

가장 중요한 것. 수술실 간호사는 집도의에게 '계획하고 있는 수술 플랜 공유'를 요청한다. 집도의 입장에서도 수술 전과정에서 어떤 재료, 세팅, 기구가 필요한지, 본인이 수술 중 수술실 간호사, 마취과에게 주의를 요하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집도의 또한 해당 수술의 첫 케이스를 집도하기 위해, 타 병원에서 수술 참관을 하거나 연수 경험, 특수 수술재료 업체 교육 등을 활용하여 공부를 하였을 것이다. 이때 참고한 자료, 사진 등을 공유 받아 수술상 차림, 수술 환경 세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 병원에는 이를 위한 세트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어떤 수술 세트와 부속 기구를 꺼내고 평소와 다르게 상차림을 어떻게 조정할지 생각하며 수술 준비를 시행한다. 제품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EO 멸균을 해야 하는 경우는 특히나 멸균기 가동 시간과 gas 제거 시간을 고려하여 미리 멸균을 내리고, 해당 진료과에 없는 기구를 타과에서 빌려야 하는 경우에도 미리 다른 과와 상의하여 해당 시간에 수술 기구 대여가 가능한지 확인해둔다.

환자 준비 전 집도의, 마취과, 수술실 세팅 시간 1시간 정도에 수술 입퇴실 예상 수술 시간만 6시간으로 예상되었던 수술. 데이 번 수술방 간호사가 물건을 챙겨주고, 공유 받은 내용을 확인하고 인계하고 상차림을 도와주고 수술의 메인 과정 진행은 이브닝 번의 오버타임까지 길게 넘어가며 진행되었었다. 수술 시간만 9시간 넘었던 수술 과정은, 우리가 예상한 것과 비슷하기도 하면서 달랐다. 수술 진행의 큰 흐름은 동일하나 사용하는 기구, 실, 재료, 세팅은 우리 병원 환경에 맞추어 진행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실제 술식을 행하기 위해 집도 교수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정하는 접근 순서들도 해나가면서 알게 되었고, 중간중간에 추후 인계를 위해 필요한 내용을 기록해가며 수술을 진행했다. 다음에는 이렇게 하면 어떤 게 더 편할지, 교수님이 강조하고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수술 과정상 주의사항은 무엇인지를 특히 강조해가며 기록했다. 스크럽을 섰던 나도 내 시선에서 기록했지만, 순회 간호사를 보던 후배 간호사도 필드 밖의 시선에서 자신만의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중간중간 필드에 여유가 생길 때는, 순회 간호사를 가까이 불러서 필드에 나온 것들을 보여주며 소곤소곤 알려주면서 함께 새로운 수술을 익혀나갔다.


그날은 오버타임을 하면서, 6시간 넘게 계속해서 스크럽 간호사로 필드에 들어가 있었다. 교수님도 해당 수술 접근법을 처음 하시는 만큼, 신중하고 점진적인 접근 방법을 취하면서 집도를 해나가시면서 집중력과 안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는 게 보였다.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몇 번 와도 화를 내거나 욕하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셔서 '내가 아는 것 이상으로 더 대단하신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그렇게 표현하는 집도의가.. 제법 많다. 혼잣말이기도 하고, 주변을 향해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교수님도 긴 시간 잘 따라오려고 노력하고, 계속 방사선 맞고 불편한 자세로 화면 보느라 고생하는 것처럼 보여서 괜스레 마음이 쓰이셨나 보다. 원래 말을 잘 거시는 분이 아닌데, "환자 잘 회복하면 회식이나 한번 할까? 고기 먹자. 얼마나 잘 도와주시는지."라며 펠로우 선생님이랑 갑자기 수술실 칭찬을 해주신다. 오버타임을 하고 있다가 손을 바꾸는 거였는데도, "끝까지 같이해야지~ 어디 가요, 혼자?!"라며 장난을 거시고. 한참 손을 맞춰 수술하던 과정 중에 다른 간호사가 스크럽을 바꿔주러 들어와서, 교수님의 요청으로 그 과정은 함께 마저 끝내고 나서야 천천히 인계를 줄 수 있었다. 마치고 가운과 멸균 장갑을 벗으니, 손이 땀에 젖어 퉁퉁 불어 있고 가운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다.

그날은 퇴근하고, 그날 있었던 과정들을 노트에 바로 복기해서 정리해 봤다. 아직 이 수술을 경험한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현장 경험을 살려 인계 자료를 만들어 우리 과 선생님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다. 수술 소모품, 수술 기구, 세팅 순서와 수술 흐름에 따른 팁, prn으로 챙겨두면 편할 것들... 집도의의 시선에는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내가 아는 한에서 수술이 어떤 흐름으로 흘러갔는지...

그리고 다음날 출근해서, 내가 퇴근한 이후에 작성된 환자의 수술 간호 기록과 수술 기록을 확인했다. 처방한 재료를 함께 보면서 '그 이후에 이런 진료 재료를 썼구나' 흐름을 유추해 보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수술 기록은 처음부터 함께했던 펠로우 선생님이 작성한 기록이라, 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용어로 수술 진행 과정을 이해하고 복기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유가 있을 때, 스크럽을 바꿔주었던 후배 간호사에게 이후에 어떤 식으로 수술이 흘러갔는지 물어보면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수술의 뒷 과정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며칠 후에, 지나가던 펠로우 선생님을 만나 인사드렸더니 다행히 그 환자가 바이탈도 괜찮고 잘 회복 중이라고 한다. 선생님은 인사하고 지나가던 발걸음에 같이 수술 들어갔던 게 생각났었는지, 묻기도 전에 먼저 그 이야기를 말씀해 주셨다. 함께 고생했지만, 결과도 좋아 웃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든 '첫 수술'은 이를 주도하는 집도의도, 함께 하는 팀원도 쉽지 않은 경험이다. 특히나 주변에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나 유사 수술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많은 품이 든다. 그럼에도 '왜 이 수술법이 탄생했을까' 생각해 본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들 하지 않던가. 환자 케이스의 경우에서든, 수술을 진행하는 집도의의 경우에서든 한계를 느낀 부분이 있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다.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기 위해, 이차 소견을 듣고 싶어서 집도의를 지정해 우리 병원에 찾아오는 수많은 환자들이 스쳐 지나간다. 다른 병원에서는 수술이 안 되니 포기하라는 말을 듣고 오거나, 훨씬 힘든 절제 범위의 개복 수술을 받아야 했을 환자들이 새로운 수술법의 도움으로 더 나은 기대여명, 회복 과정, 삶의 질을 기대할 수 있으니 어찌 집도의 입장에서는 시도해 보고 나아가기를 포기하겠는가. 수술실 간호사는 낯선 것들에 힘은 들지만, 그런 마음으로 함께하고 집도의와 한팀이 되어 수술이 잘 될 수 있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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