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자기계발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by 간호사K

학창 시절의 자기계발은 비교적 목적성이 정확하다. 어느 시기까지, 어떤 내용과 수준의 성취를 이루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전공 공부, 관련 교과목, 어학, 연구, 봉사, 특별 활동 등은 수요와 공급을 담당하는 기관(학교, 기업, 정부기관, 지역사회 청년지원단체 등)이 많고 다양하기도 하다. 그래서 비록 학창시절 동안 바쁘게 지내더라도 울타리 내에서, 남들도 같이 뛰는 트랙 아래서 함께 한다는 안정감이 있다.


직장인은 다르다. 회사에서 사내 교육프로그램이나 각종 자기 계발 및 정서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직무 교육이 최우선이다. 회사는 나의 노동 가치와 시간을 필요로 계약을 맺고 보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일상에 다양한 가능성과 시선을 가져올 수 있는 변주를 좋아한다. 그래서 학업이나 전문성 확충에 시간을 보내면서도 곁다리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진로와 스펙과 연관이 적더라도 일단 경험해보는 것 자체에 욕심이 있었다. 다행히 운이랄지 타이밍이 좋아서, 목표로 했던 활동에 지원해서 대부분 활동해볼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취업 때 자기소개서나 특별활동란에 적지 못한 시간들도, 지금의 내 가치관과 취향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직장인의 자기계발은 내 취향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가이드가 없는 지금은 그러한 체험과 교육의 기회를 먼저 찾아나서야 하는 시기다. 특히나 간호사로 일하게 되면서, 전공 지식과 어학 지식을 잘 활용하고 병원과 동료 특성에 맞게 실무를 익힌다면 사실 그냥 먹고 살 수는 있다. 시간을 보내면 연차가 쌓이고 승급시험을 거쳐 승진하고 호봉이 오르겠지. 야망이나 인생에 대한 책임감, 원대한 가치를 이야기하기에 '고용된 직장은 직장일 뿐'이라는 생각이 있다. 대학원을 가는 것도 연구나 교육, 승진에 뜻이 있으면 큰 가치를 지니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공부하고 싶은 대학원 전공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나는 뭘 하면서 나 자신과 세상을 더 잘 알 수 있을까. 2021년 하고 싶은 일들을 그려보면서 생각했다. 어떤 책의 말대로 '읽기, 관찰, 소비, 탐방'의 욕구를 골고루 짜넣는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병원에서 나는 원활한 간호 지원을 위해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존재다. 내 일이 무가치하다거나 기계적이라기보다는, 전문화라는 건 누가 어떤 환경에서 수행하더라도 질높은 수준을 제공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인 시간이 나를 지키고 삶의 깊이를 더해주리라. 취사선택하여 도움이 될 책들을 음미하며 읽고, 한달 간의 글쓰기 프로젝트에도 몰입해보기로 했다. 인터넷 클래스를 이용해 미술도 배워보고, 사진과 색, 공간디자인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지. 일찍이 적어두었던 국내 여행지도 체력과 기회가 되는 대로 조금씩 방문해보자. 코로나라는 위기를, 언택트 자기계발과 자기 침잠을 통한 기회의 시간으로 만들어 더 단단하고 투명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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