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짧은 순간의 눈맞춤도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응급 수술로 제왕절개술을 한 환자분이 있었다. 전기소작기 사용을 위한 보비 플레이트(화상을 예방하기 위해, 전기소작기 사용 시 피부에 부착하는 스티커)가 자꾸 오류 코드가 떴다. 수술 중인 진료과를 대신해 소독포를 걷는데 환자분과 눈이 마주쳤다. 소처럼 커다랗던 눈망울은 많은 감정을 담고 있었다. 지금 진행 상황을 알려드리고 궁금한 점을 여쭤보며 플레이트를 다시 단단히 붙이고, 수술 순회간호사 업무를 보았다.
국소마취, 척추마취, 감시하진정 같은 마취법의 경우 진정제를 따로 투여하지 않는다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는 보고, 듣고, 말하는 모든 것을 한다는 소리다. 그래서 수술장에 있는 모두가 환자가 불안하거나 예민해지지 않도록 더 신경쓴다. 누구인들 통제력을 잃고 자신의 몸을 내어주며 누워있는데 부정적인 소리, 장난스런 소리를 듣고 싶겠는가. 인간 존엄에 대한 존중의 문제다.
짧은 순간의 눈맞춤도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수술실에 환자분이 들어오시고 환자 안전을 위해 환자 정보, 수술 정보, 특이 사항을 한번 더 확인할 때 꼭 눈을 맞추며 말을 건다. 그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쁘게 준비하는 중이어도 그때는 부드럽지만 당당하고 차분하게 대하려 노력한다. 당신을 바라보며 집중하고 있다고, 기계처럼 돌아가는 병원처럼 느껴지더라도 당신이라는 개인에 몰입하는 순간임을 전해주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