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내 인생의 속도와 방향을 믿고 현재를 살기

by 간호사K

성격 특성 상 미래가 예측되고 이에 맞추어 행동을 계획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기대감과 나 자신의 그릇을 아는 탓에, 원대한 미래를 꿈꾸며 살지는 않고 실현 가능한, 당장 준비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정도의 목표까지만 선호한다. 자기 계발서에 많이 나오는 비전과 향후 N년 목표, 사명과 소명 이런 것들은 추상적이라 잘 가늠이 안 온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내가 어릴 때부터 주관이 강했다고 말했다. 내 판단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혼자 방법을 찾고 움직였다. 할 수 있는 것인데 기회가 있다면 미루고만 있을 이유가 없었고, 나 자신의 가능성은 내가 찾아야 한다는 자립성(혹은 위기감, 생존 본능)이 강했다. 이는 세상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나의 생존 방식이었고, 성장의 도구가 되어 주었다.

큰 목표를 잡지 않았기에 그렇게 간절했던 적은 많지 않으나, 일상은 성실한 것처럼 보였다. 학창 시절 교우 관계 원만하고, 수업 잘 따라가고, 미술과 체육을 좋아해 방과후 활동과 과외 활동도 좋아했다. 암기법과 관련된 책을 아무리 읽어도 기억의 성, 암기 카드, 마인드 맵 등은 인지적 한계를 느꼈고, 그냥 내게 정도(正道)는 꾸준함과 관심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었다. 차분하지만 꾸준히 나아갔다. 모든 결과가 최상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만족스러웠고 내 성장 가능성을 조금씩 비추어주어 기뻤다. 쉼 없이 졸업하고 취업하고 일을 시작했다.

문득 '너무 인생을 서두르며 살아온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근차근 시기별 목표를 세우고 성취해왔기에 지금 등 따뜻하고 배 불러서 할 수 있는 소리다. 주어진 길을 꾸준히 계속 나아갔기 때문이다. 재수나 휴학 한 번 없이 대학을 졸업했고, 졸업식 전에 병원에서 인턴직을 시작했다. 굉장히 기쁜 일이고 감사한 일이며, 다른 길에 있다는 불안감과 막연함은 최소화하는 삶이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잠시의 휴식도 허용하지 않았을까. 내 능력으로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현실 인식을 너무나 자주 했기 때문일 것이다.

법정 스님은 '자신의 그릇을 잊지 말고 스스로 행복하라'고 말씀하신다. 결국 내 삶은 나의 그릇대로 포용하고 실현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나는 '너무 서두르지 말자.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마음과 행동이 모이면 조금씩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의 생활에는 여백이 많다. 머릿속에서 방향을 잡아 두고 조금씩 채워가며, 내 최선을 마주하고 있다. 스스로 재촉하지도 압박하지도 않으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동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며. 또 가끔은 보살핌 받음을 온전히 누리기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