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근무와 배고픔

병원의 나이트 근무는 먹어도 힘들고 안 먹어도 힘들다

by 간호사K

나는 밥을 안 먹으면 힘과 집중력이 바로 고갈되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많이 먹지는 않더라도 시간별로 끼니를 챙겨 먹어 건강과 생산성을 챙긴다. 영 식사 시간이 안 나는 경우에는 간단한 요거트나 음료, 사탕이라도 먹어서 당 충전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손이 떨리거나 집중력이 금방 떨어져 실수가 잦아진다. 특히 활동량이나 주의 집중할 일이 더 많은 경우에는 더 심하게 말이다.


병원에서는 야간 근무자를 위해 도시락이 나온다. 나이트 근무 시간대(22:30~7:00)에는 직원 식당을 운영하지 못하고, 부서별로 도시락을 수령해가서 식사 시간이 나면 끼니를 때운다. 작년부터 야간 근무자 도시락이 개선되어 건강식, 간편식, 일반식으로 세분화되었고 근무표가 확정되면 희망 식사 유형을 신청해 이에 맞게 수령해 먹게 되었다. 건강식은 샐러드와 팩음료 1개, 간편식은 간편 죽이나 컵라면, 빵 같은 즉석식품 위주, 일반식은 한식 도시락 등으로 나온다. 일반식은 너무 무겁게 과식하게 되고 간편식은 상할 우려가 없긴 하지만 가공 식품 위주여서 샐러드가 나오는 건강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문제는 힘도 집중력이 떨어져 나이트 야식을 먹으면, 거의 대부분 속이 아프다는 것이다. 야간 근무는 내분비적인 생체 리듬 장애를 일으켜 위염이나 위궤양 등 소화기계 질병을 일으키는 위험 인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공복 상태로 계속 움직이다 보면, 응급 상황을 많이 맞이하는 나이트 근무자로서 자괴감을 느낄 만큼 정신이 멍해진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물론 향후 해야 할 일 기억도 잘 못하고 반응 속도와 집중력도 확 느려지는 게 느껴지니까, 이러다 실수할까 불안한 게 제일 크다. 그래서 조금 속이 불편하지만 야식을 챙겨 먹게 된다. 진짜 하루 종일 너무 바쁘고 또 장시간 수술에 들어가야 할 정도가 되면, 최소한 화장실 들르는 길에 입에 사탕이라도 하나 문다.


그래서 나이트 근무할 때, 소화제는 내 사물함의 필수 상비약이 되었다. 병동 다니던 친구도 나이트 근무하면서 속 아프고 소화 안 되는 게 정말 심해져서 고생했다면서 그게 정말 괴롭다는 걸 공감해준다. 사실 속이 아프다는 것은 '현재 소화시키지 못할 정도로 약화된 소화기능에 무리를 주고 있으니 쉬어 주시오!' 하는 몸의 하소연이다. 소화제는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는 거지 치료의 목적이 아니니까 자주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소화기계 장애가 생긴다. 소화효소제는 피부발진, 설사 등을 일으키며, 제산제는 변비나 소화불량 혹은 설사를 유발한다. (출처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100480&cid=63166&categoryId=51020)


진짜 바빠서 밥을 못 먹는 날도 왕왕 있긴 한데, 밥을 먹는 날에도 정도를 지키기가 늘 쉽지 않다. 다른 끼니라면 야식도 분명 과식 수준의 양이 아니라-몇 시간만 지나면 금방 배가 꺼질 수 있을 정도?-지만, 사람이 무언가를 먹다 보면 욕심이 나서 평소보다 양을 줄이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나이트 근무는 정규 나이트 업무 이외에 응급 수술에 대한 부담도 부담이지만, 이러한 생체 리듬의 역행과 신체 부담이 느껴져서 더 힘이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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