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이야기
바니를 처음 병원에 데려갔을 때 의사가 얘기했다. 고양이 추정나이는 7개월 정도이고 곧 발정이 올 수도 있다고. 그때 나는 고양이 발정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못했고 미처 준비 못한 채 전쟁을 맞이하게 되었다.
바니가 집에 온 지 2주 정도 지났을 때였다.
야밤에 현관문 쪽으로 가더니 들어보지 못한 소리를 내며 울었다. 평소엔 냥냥 에옹 에옹 이렇게 울었다면 그날은 뤼아아아아앙아오오오옹 이런 울음소리를 냈다.
뭐지? 잘못 들었나? 설마 저게 고양이 발정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더 이상 울지 않아 아닌가 보다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바니는 나를 보자 배를 보이며 바닥에 누웠다.
‘응...? 바니가 배를 보이며 인사를 했던가? 하긴 했지. 그런데 저렇게 왼쪽, 오른쪽 뒤집어 가며 바닥에 뒹굴었던 적이 있던가? 없었던 거 같은데 저런 게 발정 증상이라면 귀엽잖아?’ 하고 별생각 없이 지나쳤다.
그리고 그날 밤이 되자 전날과 다르게
하고 울었다. 완전 복식호흡으로 아파트가 떠나가라 울기 시작했다.
아. 나는 그제야 바니가 제대로 발정이 온 거구나 하고 깨달았다.
서칭 해보니 고양이에 따라 짧게 지나가는 발정도 있다 해서 며칠 Lee와 상의 후 지켜보기로 했다. 중성화시키기 전에 결혼이라도 한번 시켜주고 싶었지만 길고양이 출신이라 짝을 찾기도 어렵고, 바로 임신이 되면 아직 어린 나이라 위험했다. 그렇다고 중성화를 시키기엔 미안한 마음도 컸고 아직 바니가 어려서 조금 더 기다려주고 싶었다.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니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발정 증상이 심해졌다. 과한 애교와 밤새도록 허공을 향해 크게 울고 또 울었다. 밤에 잠을 안 자고 밤새도록 거실에서 뛰어다니며 울기 시작했고 바니도 힘들고 우리도 밤새 잠 못 자며 지쳐가는 시간이 열흘 정도 지나갔다.
바니는 이 시기에 귀진드기 및 배탈 약을 먹고 있었다. 어느 날은 약을 먹이려고 바니를 잡고 쓰다듬어 주며 엎드리게 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세상 조신한 얼굴로 내 손에 자기 얼굴을 탁 떨구고 엉덩이만 살짝 들어 올리는 자세를 취했다. 교미 자세를 취한 것이었다.
나 _ 바니야. 아니야. 엉덩이 내려 ;; 미안해. 남자 고양이 없어.
바니는 본능적으로 취한 자세였는데 나는 안절부절못하며 안타까워하는 상황이 이후로도 반복되었다. 그러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암컷 고양이 발정 스트레스가 출산의 고통과 맞먹는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우렁차게 우는 것도 아픈 통증으로 우는 거라는 내용을 보자 중성화 수술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하고 나는 병원에 문의를 했고 의사와 상의 후 수술 예약을 잡았다.
바니는 큰 수술을 받게 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주는 간식을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수술 전 나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