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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희박 Jan 13. 2019

고양이 중성화 수술 Part 2.

열다섯 번째 이야기

중성화 수술시간은 오전 10시. 전날 밤 10시부터는 밥, 물을 굶겨야 했다.

밤 10시가 되면 바니가 물 한 모금 못 마실 테니 그전에 사료와 물을 먹이려고 노력을 했다. 


그러나 바니는 앞일을 예측 못한 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뛰어 놀기에 바빴다.

억지로 뭘 좀 더 먹이려고 해 봤는데 고양이가 내 맘대로 안 되는 동물이라 어려웠다.  


이윽고 10시가 되자 할 수 없이 사료와 물그릇을 치웠고 그제야 뭘 좀 먹으려던 바니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나를 쳐다봤다. 


바니 : 내 밥! 내 물! 어디로 치우는 거야?? (이렇게 묻는 듯 보였다)


바니는 한참을 그렇게 나를 한번 쳐다보고, 밥그릇이 있던 자리를 쳐다보았다.

그런 녀석을 보며 제발 내일 별일 없이 수술이 끝나기를 바라며 안쓰러운 마음으로 밤을 보냈다.


다음날 오전 10시 동물병원을 방문해 피검사를 진행했다.

의사 선생님은 피 수치에 이상이 없으면 중성화 수술을 한다고 하셨다.    

 

작은 다리에 붕대 감고 나온 바니

피검사를 마치고 나온 바니의 다리엔 작은 붕대가 감겨 있었고 나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나를 또 이런 곳에 데리고 오다니! 집사 미워!’


그런 말을 하는 듯 날 쳐다봤다. 

곧 있으면 전신 마취를 하고 중성화 수술을 할 텐데 마음이 무거웠다.


나 : 바니야 잘 버티고 나와! 수술 끝나고 집에 가면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 줄게! 


다행히 피검사는 정상으로 나왔고 바니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중성화 수술 후 수액 맞는 시간까지 총 4-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해 오후에 다시 방문해 바니를 데려가기로 했다. 


두 시간 후 병원에서 전화가 와 바니 수술이 잘 끝났다는 전화를 받자 그제야 난 한숨 돌렸다. 그리고 오후에 바니를 데리러 병원에 다시 방문했다.


수술이 끝나고 나온 바니는 힘없이 축 쳐진 몸으로 살짝 바들바들 떨며 나를 쳐다봤고 난 미안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 


나 : 집에 가자 바니야. 무서웠지? 고생 많았다. 빨리 집에 가자. 


하얀색 환묘복을 입은 채 집으로 돌아온 바니는 이동장에서 나오자마자 침대 밑으로 들어갔다. 평소 같았으면 더럽다고 억지로 꺼내었을 텐데 고양이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그대로 놔두었다.     


집에 오자 얼굴 안 보고 뒤돌아 앉는 바니


냥이 인생 8개월 만에 인생 최대 시련을 겪었으니 본인도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싶고 이대로 나를 싫어하게 된다고 해도 이해할 것 같았다.


그렇게 바니는 혼자만의 시간을 한참 가지다 우울+화남+삐진 얼굴로 침대 밑에서 나왔다. 다행히 그날 여러 가지 바니 물품이 해외에서 도착해 바니의 환심을 조금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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