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희박 Feb 19. 2019

고양이 오줌 테러

열여덟 번째 이야기

나 _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나한테 왜 이래요? 예? 말 좀 해보세요 예?     

바니 _......     

기분 탓인가... 썩소를 짓는 듯 한 표정인데...

말로만 듣던 고양이 오줌 테러를 당했다.     

바니와 침대에서 같이 자고 있는데 내 발을 장난치듯이 물면서 애옹애옹 거리는 것이다.


여느 때처럼 그냥 장난치는 것이거니... 했는데 발등 부분에 물기가 느껴졌다.

잠결에 고양이가 발에 재채기를 했나 보다.. 하고 몸을 뒤척이며 옆으로 눕는데 침대도 물기가 느껴졌다. 

순간 이게 뭐지? 하고 눈을 번쩍 뜨고 불을 켰다.


바니는 형광등 불빛에 눈이 부신지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방바닥에 앉아 애옹애옹 하고 울고 있었다.

설마 고양이가 오줌 테러를 한 것인가 싶어 얼른 침대보를 살펴보았더니 동그랗게 물 자국이 남아있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얼른 침대보를 걷어 냈다. 혹시나 매트리스까지 스며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리고 이불도 살펴봤다. 바로 눈에 띄는 곳은 없었지만 무언가 찜찜했다.


그리고 바니를 살펴봤더니 왼쪽 뒷발이 무언가에 젖은 듯 흥건했다. 

오줌인가 싶어 화장실로 안고 들어가 세면대에 물을 콸콸 채웠다.


내가 인상을 팍 쓰며 고양이를 화장실에 데려가자 바니는 겁에 질려 울었다. 

진짜 울고 싶은 사람이 누군데 네가 우냐 하면서 녀석을 안고 발을 씻겼다. 

발을 씻긴 후 수건으로 닦아내자 이 녀석이 이번엔 골골 송을 부르는 게 아닌가! 기가 막혔다. 

새벽 4시에 내가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일단 고양이를 대충 말린 후 이불도 살펴봤다.      

딱히 물에 젖은 부분은 없었지만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며칠 전부터 알 수 없는 냄새가 방에서 났던 것. 그리고 그때 바니의 왼쪽 발이 젖어 있는 걸 보고 오줌 누다 실 수 했나 보다 하고 화장실에서 씻겨 주었던 것. 


난 서둘러 이불 보를 벗겨보았다. 그리고 아연 질색했다. 구스다운 이불에 노랗고 동그란 자국 몇 개가 보였다.

바니가 실수를 한 건지, 나에게 경고를 날린 건지 모르겠다.      

덕분에 전체 세탁을 하게 되었다.

고양이는 혼내도 소용없다고 하고 행동교정을 해야 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양이 화장실을 하나 더 구비했다. 그리고 이제 안방에 들어와도 침대엔 못 올라가도록 한다. 

화장실에서 집중하는 바니


더 이상 바니가 오줌 테러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믿어도 되겠니 바니야? 너 이제 화장실 두 개니까 테러하면 안 돼!

매거진의 이전글 산책 고양이 도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