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이야기
길고양이 출신 바니는 개월 수가 늘어가며 점점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안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부엌으로 우다다다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귀엽고 왠지 짠해서 나도 곧잘 열심히 놀아주었다.
그런데 아파트 바닥이 원목이라 바니가 코너를 돌 때마다 자꾸 미끄러지며 허공에 대고 헛발질하는 모습을 보이자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혹시 저러다 발목이라도 삐끗하면 어쩌지? 높은 곳에서 바닥으로 착지할 때 뼈에 금 가는 건 아니야? 등등
걱정이 시작되자 바니가 미끄러지지 않게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녀석의 발바닥을 보았는데 털이 너무 길어 발바닥 젤리가 안 보일 지경이었다.
고양이 안전을 위해서는 발바닥 이발이 시급했다.
인터넷을 폭풍 검색하니 바비온 제품이 유명하여 주문했고 처음 구매하는 이발기인지라 너무 고가보다는 저렴한 버전으로 구매했다.
제품은 빨리 도착해서 얼른 충전부터 시켰다.
바니는 이발기가 뭔지 모르고 급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호기심이 절정에 달했을 때 살짝 바닥에 엎드리게 하고 발바닥에 이발기를 갖다 대어 봤다.
그랬더니 예상대로 경기난듯일어나서 멀리 도망쳤다.
이후 먹을 것으로 유혹해보기도 하고 혼내고 달래도 보았지만 바니는 미꾸라지처럼 내 품을 쏙쏙 빠져나갔다.
나도 지쳐가고 바니도 짜증이 늘어갈 때 즈음 나는 수건을 생각해냈다.
동물병원에서 고양이를 수건에 싸서 안고 가는 간호사를 보고 아 저렇게 하면 고양이가 좀 얌전해지는구나 하고 신기해했던 기억났다.
그리고 난 바로 바니를 수건으로 감쌌다. 바니는 몸에 제약이 생기니 잠시 동안 어리둥절 가만히 있었다.
그 사이 앞 발바닥 털을 일단 대충 밀고 정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뒷발이 남았는데 바니의 몸부림이 장난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잠시 동안 풀어주고 휴식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방심한 틈을 타서 다시 뒷발까지 클리어!
뒤늦게 검색하니 고양이가 잠에 푹 빠져있을 때 살살 발바닥을 정리하면 얌전히 잘 있다고 한다.
난 녀석과 무얼 한걸 까......
다음번엔 꼭 꿀 잠잘 때 시도해 보기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