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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유복 May 08. 2024

검은 조직의 음모

인터폰 공동구매

24.05.07 화요일


평화로운 일상, 따복이를 아기띠에 태우고 집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거실쯤 왔을까, "(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갑자기 탄내가 났다.


그래서 출처를 찾기 위해 온 집안을 돌아다녔다.


아내도 동참했다. "어? 뭐지? 탄내가 좀 심하게 나는데!?"


우리는 두꺼비집을 내리고 가전제품의 콘센트를 뽑으면서 이상여부를 살폈다.


그러다 거실 인터폰을 보게 되었는데, 화면이 멋대로 와따가따하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냄새를 맡아보니, 뜨끈뜨끈 찐한 탄내가 났다.


나는 곧바로 인터폰 전원 스위치를 꺼버렸다.


관리사무소에 헬프 전화를 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거실 인터폰 AS 및 교체는 원래 각 가정에서 해야 하는 건데, 최근 들어 인터폰 고장 문의가 많이 들어와서, 편의상 게시판에 인터폰 공동구매 공고문을 붙여 놓았으니, 참고할 것을 권한다."였다.


동 게시판에 가서 확인을 해보니, 605,000원...

인터폰 공동구매 공고문


그 순간 먼가 싸함을 느꼈다.


공고문에 명기된 업체는 약 1주 전 동 출입구 인터폰을 교체했던 바로 그 업체였다. '어? 뭐지? 왜 업체가 같지?' '일주일 전에 동 출입구 인터폰이 교체되었던 것 같은데...?' '음... 그때부터 우리 집 거실 인터폰이 좀 이상해진 거 같기도 하고...' '13년 된 우리 집 거실의 인터폰과 새로 교체된 동 출입구 인터폰이 문제없이 전기적 상호작용을 이룰 수 있을까...?'


게다가 바로 옆에는 소화기 공동구매 공고도 붙어 있었다. '뭐지? 화재가 날 걸 이미 예상하고...?' '그럼 그렇지!' '이거 다 짜고 치는 판 아냐!?'


나는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와서, 검은 조직의 음모를 증하기 위해 작전을 짰다. '만약 공용 인터폰 교체로 인해 우리 집 거실 인터폰에 문제가 생긴 거라면, 다른 집 인터폰에도 문제가 생겼을 거야!' '오케이! 그러면 다른 집에 가서 인터폰이 고장 났는지 한 번 물어보면 되겠네!?'


"(딩! 동! 댕! 동!)" 그때 세대방송이 흘러나왔다. "관리사무소에서 알려드립니다." "인터폰 및 소화기 공동구매를 원하시는 세대원께서는..."


(후다닥! : 방송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밖으로 뛰쳐나와버렸다.)


그리고 가장 먼저 옥상으로 가서 문이 열려 있는지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옥상 출입문에는 화재대피구로 착각하지 미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검은 조직의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 문구


옥상에서 비상계단으로 내려오면서 전 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강행했다. "(띵동!) 혹시 인터폰 고장 안 나셨나요?"


하지만...


"인터폰을 문제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는 답변이 99%...


조사 결과는 내 추측이 틀렸다는 반증이 돼 버렸다...


'동 출입구 인터폰 교체 거실 인터폰 고장과 전혀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자, 먼가 되게 억울하면서도 허무했다.


그렇게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나를 기다린 건 시원한 등짝 스매싱이었다. "아! 어디 갔다 이제 들어오는 거야!"


등짝을 맞고 나니 먼가 억울함이 배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토라 채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아... 왜!" "미안해..." "뭐! 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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