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유복 May 09. 2024

흩날리는 파편들 속에서

사랑이 느껴진 거야

24.05.08 수요일


"팍!" 분유포트가 박살이 났다.


분유포트를 세척하기 위해 싱크대로 가져오는 도중 그만 손에서 미끄러져 버렸다.


떨어지는 분유포트를 살리기 위해.,.. 순간 내 발등을 가져다 대었지만, 분유포트는 물론 내 발등까지 깨지게 되었다.

아...


부엌에서 "으휴 으휴" 거리고 있으니깐, 거실에서 누워 있던 따복이도 "으휴 으휴" 옹알이로 따라 한다.


정말 스펀지 같은 습득력이다. 앞으로 따복이가 들을 수 있는 곳에서는 긍정적인 말만 해야겠다.


이른 시간에 먼가 "팍!" 하는 소리가 난 후에, "으휴 으휴" 소리가 들리니깐, 자고 있던 아내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아... 불길한 예감... 오늘도 등짝 스매싱으로 시작하려나...


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고 있는데...


"당신 어디 안 다쳤어!? 괜찮아!?"라고 하면서 놀란 표정으로 부엌으로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 말에 찐한 감동을 먹게 되었다. "오... 여보... 정말 감동적이야..."


그러자 아내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뭐가 감동적이야." "이따 당근으로 분유포트 새로 하나 다시 사 와야겠네."라고 툭 던지 듯 말을 했다.


정말 멋있었다...


"여보!"오지 마!" "파편 때문에 다쳐!" "내가 할게!" "청소기만 거실에서 좀 가져다줘."


그렇게 난 흐뭇함을 느끼며 파편들을 치웠다.


정오쯤 되어 외출했던 아내가 들어오더니, 우와... 정말 분유포트를 새로 하나 구해왔다. "(툭 : 분유포트 내려놓는 소리) 이거 잘 되는지 한 번 써보고 말해줘."


진짜... 사고 수습은 행복이가 다하는 거 같다...


"우리 외부무 장관 최고!"

행복이가 당근으로 구해 온 새 분유포트


한편 마음속 한 구석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새로 구해 온 분유포트를 보자 그게 먼지 깨닫게 되었다.


'아... 사고 치면 용돈에서 감하기로 저번에 그렇게 얘기되었던 것 같은데...?' '안돼...!'


그래서 분유포트 값이 용돈에서 까일까 봐, 일부러 깨진 발등을 보여주면서 동정심 유발 작전에 돌입했다. "아... 아까 분유포트 떨어질 때, 가져다 댔더니 아프네..."


아내는 내 발등을 유심히 보더니, "에휴... 다음엔 뭐 떨어지는 거 있으면 그냥 피해버려..."라고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작전이 먹힌 것 같았다!


리고 그날의 금기어 용돈으로 정해졌다. '용돈의 '용'자도 절대 꺼내 안 된다!'


평소 따복이가 토끼띠냐(아내 주장) 용띠냐(내 주장) 논쟁하는 것도 오늘 만큼은 절대 안 겠다.


용돈이 까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ㅎ.ㅎ).

작가의 이전글 검은 조직의 음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