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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마차 Sep 15. 2020

비디오 게임을 하며 인생을 배우다.

혼돈의 2020년 게임 속에서 방향을 찾다.



게임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그다지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몇 가지 좋아하는 게임을 종종 즐기는 정도인데, 그중 최근에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가 후속 편 이 나와서 틈틈이 플레이를 하고 있다.  게임을 할 때 컴퓨터 모니터 중 하나에 유튜브 공략 영상을 틀어 놓고 그대로 따라 하면서 게임을 한다. 게임 플레이하는 시간도 줄이면서 결과를 빨리빨리 알 수 있으니 이보다 쉬운 지름길이 없다 싶었다. 특히 내가 하고 있는 게임은 퍼즐 종류의 게임으로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앞에 놓여있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때문에 어떤 때는 같은 자리를 한없이 맴돌아야 하고, 일정한 스킬을 연마해 능력을 얻을 때까진 다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도 많아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힘들 이지 않고 빨리 다음 스테이지로 가고 싶었고 다른 사람이 플레이하는 영상을 보면서 쉽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데 마다하고 정석대로 게임을 하는 게 바보 같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게임 초반에는 이런 얕은 수가 잘 먹히는 듯 보였다. 그렇지만 중반을 넘어설수록 상황은 달라졌다. 공략 영상에서 하는 대로 남의 플레이를 그대로 따라 하니 내공이 부족해졌던 것이다. 종종 중요한 미션들을 놓쳤고, 차근차근 레벨업을 하며 스킬을 올리고 감을 익혀야 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생략된 채 게임이 진행되니 영상에 편집이라도 된 곳은 아예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게 되어 버린 것이다. 영상을 따라 나는 저 절벽을 기어올라가야 아이템도 얻고 다음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데 절벽에서 자꾸만 미끄러졌다. 그렇게 몇 번을 시도하다 한동안 게임을 접어버렸다. 할 맛이 사라져 버렸다.

몇 주를 실행도 하지 않은 채 지내가다 아쉬움을 이기지 못하고 게임을 열고 다시 들어갔다. 어차피 여기 통과 못하면  게임 진행도 못하고 돈 버리는 건데, 그냥 갔던 지역 돌면서 즐기기라도 하자 싶어 못하는 부분을 과감히 외면해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갔다. 물론 이번에 공략 동영상은 함께 하지 않았다. 차근차근 왔던 길을 다시 되짚으며 하나씩 미션을 수행하고, 적을 때려잡으며 포인트를 올려 스킬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내 캐릭터는 점점 강해져 갔다. 이제 물 안에서 헤엄도 오래 할 수 있었고, 점프하는 능력도 향상되었으며, 체력이 좋아져 적의 공격에도 쉽사리 죽지 않고 게임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남이 하는 플레이를 따라 하며 보지 못했던 숨어 있는 장소도 스스로 찾아냈고,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땐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플레이를 하고 주어진 단서들을 다시 읽고 문제의 그곳으로 돌아가 임무를 완수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음 단계를 알 수 없을 땐 답답했지만, 게임을 하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고 있었으므로 개의치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인생에서 너무 자주 공략집을 찾으려 하고 의존한다. 스스로 답을 찾으려 하는 과정이 힘에 부치고 바보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요즘같이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대에 남보다 빨리 정답을 찾았으면 좋겠고 그 과정에서 실수가 없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믿을 만한 전문가가 시원하게 답을 내주지 않을까 싶어 유튜브 채널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서 쉽게 조바심을 내고 실수를 두려워하는 나와 마주 하게 된다.   
 내가 하는 게임에서처럼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지름길 또한 없다. 혹여나 인생에서 운이 좋게 초반에 그런 길을 발견 해 빨리 가는 듯해도 어느 부분에서 뒤처져 길을 잃을지 모른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모르고 방황을 하긴 하겠지만 그전에 시련을 이길 체력과 스킬이 여러 번의 시행착오로 다져져 있다면 시간이 좀 걸릴지는 몰라도 결국 그 힘으로 다시 궤도에 올라갈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하게 돌아가고 우리는 점점 똑똑해지고 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은 어쩌면 의외로 단순한 것 같다. 수 없이 많은 인생 공략집들의 전성시대다. 하지만 공략집은 공략집일 뿐이다. 다른 사람이 성공적으로 간 길을 내가 보고 따라 한다고 해서 내 것이 될 순 없다. 내가 플레이하는 게임의 주인공은 나 일 것이고 게임을 끝내는 것도 시작하는 것도 결국 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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