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일기/아홉살/딸/열세살/아들/일상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아빠 : 땡삼
엄마 : 땡구
아들 : 땡칠
딸 : 땡오
이웃강아지를 보고 왔던
어느 오후
이런저런 장난을 치다가
오빠가 동생에게 말했다.
“손! 착하지~손!”
동생은 손을 내밀었고
오빠는 착하다며 동생을 쓰다듬었다.
그때부터였다.
이 놀이가 시작된 건.
우린 서로에게 별명을 지어줬고
내 이름은 땡구가 되었다.
아이들은 나를 땡구라 부르며 자꾸만 엄마노릇을 한다.
어두운 밤 컴컴한 방에 엎드려
핸드폰으로 글을 쓰는데
딸아이가 와서 방에 불을 켜줬다.
“땡구, 불 켜고 해야지~
땡구, 이렇게 하며 눈 나빠져~“
알았다! 이 놀이가 왜 싫지 않은지…
아이들의 말투는 꽤나 다정하다.
땡구 엄마가 된 아이들은 사랑으로 나를 보살펴준다.
그래서
아이들보다 내가 이 놀이에 더 빠져들었다.
땡구가 되어
아이들에게 답한다.
“앙! 앙!”
우리는 서로를 반려견 돌보 듯한다.
우리는
이렇게 가끔 다 같이 한 놀이에 빠지기도 하고
또 가끔 다 같이 한 노래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 온 가족이 일주일 내내 같은 노래만 부르며 다닌다.
가족이 함께 무언가에 빠질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즐겁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땡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