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의 땅으로 들어가다.
#남미 여행 chapter1. 북미에서 중미를 거쳐, 남미로.
뉴욕 JFK공항을 떠난 비행기는 San Salvdor라는 작은 섬, 그리고, 페루의 수도 Lima를 경유해야 했다. 스타 얼라이언스 그룹의 마일리지 티켓팅을 억지로 만드느라 좀 복잡했다. 그래도 잠깐씩이나마 남미의 토속적 분위기를 살짝이나마 느낄 수 있어 신기함으로 버티자는 마음으로 지나온 듯하다. 공항에서의 캐럴 공연이라던지, 말로만 듣던 [잉카 콜라]라는 탄산음료를 먹어보기도 하고. 그렇게 둘러 둘러, 22일 오전에 떠난 비행기는, 23일 아침이 되어서야 첫 번째 목적지 쿠스코에 다다랐다.
Cuzco, 2015/12/23
첫 도시는, 아메리카의 주인, 잉카의 나라 쿠스코
큰 광고판 같은 환영의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 GATE of AMERICA ]라는. 둔탁하고 심플하지만 흰 바탕에 검정 고딕체로 커다랗게 세워둔 간판, 쿠스코의 자존심. 페루 사람들이 오랫동안 가져온 땅의 주인의식일 수도 있었겠다. 장식 없이 =그야말로, san serif! 두꺼운 중고딕의 글자체만으로도 읽히는 무언가가 있었다.
남미 여행을 하행으로 선정할 때, 보통 페루의 첫 도시로 수도 Lima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에겐 쿠스코가 더 특별했다. 아아주 옛날 하고도 어릴 적, 쿠스코 cusco라는 그룹이 라디오에서 소개되었을 때, 심지어는 앨범을 구매해서(내돈내산!) 뉴에이지라는 장르에 관심을 갖게 된 기억을 소환했던 친숙함이 있었달까. 아무튼 궁금한 도시, 쿠스코였다.
공항에서 내려, 택시를 잡았다. 토속적 분위기일 것이라 예상한 쿠스코는 예상과 달리 상당히 큰 번잡한 대도시다. 그들의 역사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 산 중턱까지 따닥따닥 붙은 대대손손 물려받은 주택들, 그리고 수천 년 밟아 온, 아름답고도 정교한 돌바닥, 오랜 기간 지났으나 채도가 사라지지 않은 원색의 물결, 정돈하며 만들었을 도시의 멋이 가득했다.
중앙 광장에 내려, 무작정 숙소를 찾았다. 첫 숙소는 고민을 덜 계획으로 앱으로 예약을 해두고 왔다. 역시 현지 사정을 전혀 모르는 여행객에게 첫 숙소를 선택하는 건, 도박에 가까운 일이다. 운이 좋다면, 모든 조건이 만족할 수 있었겠지만. 이번 도박은 반쯤 실패. 그 이유는, 이렇게 언덕 끝까지 가파르게 오르는 지형을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고산지대인데, 게다가 이곳은 보호구역+ 골목길로 형성된 동네라 차량이 올라갈 수 없도록 막혀있다. 모두가 광장에 내려오기 전까지는 걸어야만 한다! 배낭을 짊어지고 헉헉 숨 가쁘게 올라 찾은 숙소는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고지대라 중앙 광장 등을 오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짐을 던져놓고 잠시 정비를 하던 몇 시간 만에 말로만 듣던 고산증이 덮쳤다.
호흡곤란으로 시작해, 깨질듯한 두통, 어지러움으로 몸져누웠다. 세상에 이렇게 일어날 수 없는 두통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챙겨 온 타이레놀을 줄기차게 복용하며 버텼다. 도미토리 침대에 누운 몇몇 여자들도 증세가 있다고는 했지만, 내가 제일 심한 것 같아 속상했다. 아침에 겨우 눈을 떴다. 중간에 깰 때마다 타이레놀을 먹어주고, 구토증이 없는 것만도 다행이라며.. 그 와중에 조식도 챙겨 먹고 또 누웠다. 빵 쪼가리가 들어가는 걸 보니 심각한 건 아니겠지 싶어, 정신을 차리고 아랫동네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고도를 낮춰 증세가 한결 나아졌다. 너무나 감사한 일.
남미여행 카톡방에서 조인하게 된 한국 여학생들과 '식사나 같이 할까요' 하는 약속을 잡았다. 근처 스타벅스에서 만나 중앙광장으로 내려가니, 쿠스코 제1의 수공예 축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식후경이라고, 송어요리, 말로만 듣던 꾸이 등으로 함께 성찬을 즐기고 잠깐 관광 후 다시 숙소서 휴식에 돌입했다. 너무 볼게 많은 성탄맞이 축제가 한창이지만 일단 컨디션 회복 후 움직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