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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담 Jul 19. 2024

브런치 한 달 차 소감문

 나는 정말 진득하질 못하. 갑자기 아이돌에 꽂혀 덕질을 하다가도 오래 가면 달이다. 아무리 재밌는 핸드폰 게임도 일주일이면 벌써 질려서 지우고, 호기롭게 시작한 운동은 장비를 하나, 둘씩 늘리기 시작하면 벌써 마음이 변해서 신랑의 복장을 지른다. 돌이켜보면 무언가를 꾸준하게 해 본 일이 드물다.


 그래서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 글 10개 쓰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시작할 때 나름 비장했기 때문에 용두사미로 끝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목표를 정하면 거기까지는 하겠지, 그리고 다시 목표가 생기겠지 해서 10개를 목표로 정해보았다. 사실 브런치 신청 전에 써놓은 글이 많았기 때문에 그리 어렵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글 10개를 열심히 써놓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저번에 발행한 글까지 딱 10개가 되었다. 브런치 합격메일을 받은 날짜가 저번 6월 18일이니 아직 한 달이 채 안 되었는데, 그럭저럭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어쩌다 내가 합격메일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브런치에 글을 써 봐야겠다고 생각하곤 별생각 없이 프로필을 채웠다. 활동 계획은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한 줄 정도로 짧게 '이러저러한 것을 쓰겠습니다.'라고 끝냈다. sns나 블로그는 하지 않기 때문에 기재하지 않았고, 저장글 두 개를 열어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 버튼을 눌러놓고서야 브런치를 검색해 보았는데, 연관검색어 중 브런치작가 '탈락'이 보이는 것이었다. 탈락이 있는 줄은 모르고 있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에 대한 글을 그제야 읽어보았는데, '... 아니,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거였어?!'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라거나, 활동계획, 프로필, 이력 등을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전략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글이 보였다. 여러 번 탈락했다는 글도 있었다. 그런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아마 나는 절대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포기하고 결과를 기다렸는데, 다행히도 그리고 기쁘게도 합격메일을 받았다. 합격하신 다른 분들의 후기를 보니 '반나절만에 합격메일이 왔다', '하루 만에 온다'라는 글이 압도적으로 많은 걸로 보아, 3일 만에 온 나는 아마 턱걸이로 합격했지 싶다. 그 생각은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나서 더 공고해지기도 했다. 혹시 합격여부에 내가 모르는 다른 요소가 있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 보았다. 혹시


담당자: 아, 오늘까지 1명 더 뽑아야 되는데.

담당자2: 퇴근 안 하실 거예요? 1명이면 대충 아무나 뽑으세요, 그냥.  


예전에 다녔던 작가교육원도 젊은 지망생은 잘 안 뽑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브런치도 비슷한 기류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담당자: 이 것도 좋고, 이 사람 것도 너무 좋은데... 구독자층이 x0, x0대가 대부분인 우리 브런치에 어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돼서...

담당자2: 여기 나이 많은 사람 있네. 이 사람 뽑으세요, 그냥. 진짜 퇴근 안 하실 거예요?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닐까라며 혼자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내 글을 써서 올리기 시작하면서 자연히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도 많이 읽게 되었다. 글을 보다가 호의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도 있다. 바로 라이킷이다. 읽다가 가슴이 뭉클해지거나, 수려한 표현과 독특한 감각에 감동하게 되면, 라이킷을 누른다. 글이 좋아서, 공감돼서, '잘 읽었습니다.'라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을 때 유용하다. 나도 라이킷을 받는다. 다른 사람들도 나 같은 용도로 라이킷을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초반 소수의 어떤 분들에게는 좀 회의적이었다. '사람인가 매크로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을 올린 지 몇 초도 안 됐는데 라이킷 알림이 와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좋다. 그런 것마저 브런치 세상에서 소외되지 말라는 일종의 따뜻한 호의이면서 이곳의 문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라이킷은 모두 라이킷.


 초반에 적었던 목표 달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10개라는 글의 목표달성을 해 보았으니, 이젠 어떤 목표를 세울 것인가. 사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궁극적인 목표는 개수가 아닌 질적 향상 이었다. 내 글이 발전해서 오롯이 내 생각을 담을 수 있는 매개가 되었으면 했다. 그동안 쓴 글 10개를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참으로 툭툭 끊어지고 장황하다. 감히 그런 목표를 잡아도 될까 싶을 정도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라도 더 완성된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1회차 첫 글의 마음가짐을 다시 복기해 본다. 三多: 잘 못 써도 풀 죽지 말고,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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