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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은 Feb 28. 2019

이런 곳에서 이렇게 일하고 싶다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존재하리라 믿는

1. 좋은 동료가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이 일을 하는 것에 만족하거나 또는 매번 반복되는 이 일조차 버거워하거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더 발전할 기회를 고민하지 않고 안주하는 사람들을 동료로 삼고 싶지 않다. 너무 맥 빠지는 일이라서. 일을 단순히 생계수단으로 여기고, 더 이상의 자아실현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 있고 싶지 않다. 보통 이런 경우는 일명 ‘워라밸이 좋은 회사’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냥 몸 편하고 하던 일 계속하니까 안주해버리고, 업무에서도 더 발전이 없고, 오히려 퇴보하고 마는. 5년 뒤, 10년 뒤에도 그 자리에 있을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 내가 그들보다 나아서가 아니라 바라보는 것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시야가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고, 결국 업무에 임하는 태도도 다르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에 적당히 만족하고 사내 정치에 힘쓴다.


2. 발전하고 확장할 수 있는 업무

방송작가로서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연차가 쌓여도 하는 일은 그대로라는 점이었다. 막내부터 5년 차까지는 많이 배운다. 열심히 깨지고, 변화하고, 성장하고. 그런데 어느 정도 일 머리가 생기고 나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 계속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뭐 주제는 달라지겠지. 좀 더 노련해지기는 하겠지. 하지만 업무의 맥락은 똑같다. 막내도 아이템 찾고, 섭외하고, 취재하고, 구성하고, 후반 작업하고 3년 차도, 5년 차도, 15년 차도 그렇다. 오히려 연차가 쌓일수록 후배들한테 일을 넘기는 비율만 늘어난다. 오로지 대본만 쓰고 아이템, 섭외, 취재, 후반은 모두 막내에게 넘기는 메인작가들 정말 많다. 실무 레벨과 관리 레벨의 차이라고 하기에는 좀 심하다. 연차가 쌓일수록 내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업무면 좋겠다. 고인 물 되지 않도록 공부가 필요한 그런 업무.


3. 사람과 면대면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

효율성만 추구하는 회사는 이제 싫다. 다소 불편하고 힘들어도 나는 이제 출근하고 싶다. 그렇다고 출근을 위한 출근을 시키는 곳 말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밸런스를 잘 맞출 수 있는 곳. 관계의 중요성을 아는 곳이길. 그 관계 속에서 시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윗선이 존재해야 하고, 서로의 위치에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관계. 시니어는 시니어의 덕목을, 주니어는 실력을 키우는 선순환을 추구하는 곳.


4.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산업 + 미래를 고민하는 회사

방송작가에 대한 회의를 느낀 지는 오래되었지만, 마침내 방송을 그만둬야겠다고 결정을 하게 된 건, 방송계에서 일하는 사람이 TV를 안 본다는 것이 치명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때이다. 한 분야에 몸을 담게 된다면 그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전문적이어야 한다. 그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원리가 뭔지 이해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그러려면 그 분야를 사랑해야겠지. 그런데 나는 방송작가가 되기 전에도 후에도 여전히 TV를 보지 않는다. 반드시 분야를 옮겨야만 하는 이유였다. 이제는 내가 이미 좋아하고 즐기는 분야를 찾고 싶다.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분야, 무의식적으로 내 돈이 흘러가고 있는 분야. 그리고 그 분야가 10년 뒤 어떻게 발전할지를 고민하고 함께 성장하길 기대하는 회사면 더할 나위 없겠지.




사회생활 5년 차, 나는 아직은 안정보다는 도전이 끌린다. 30대 초반은 그래야 하는 나이가 아닐까 싶다. 20대는 뭐든 부딪혀보고 경험해봐서 자신을 파악해가는 시기, 30대는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재능을 확장할 기반을 만드는 시기. 그리고 40대 이후로는 좀 더 좁은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키우고 안정적으로 다져가야 하는 게 아닐까. 워라밸의 기준을 하루가 아니라 인생 전체로 본다면, 지금은 무조건 달려야 하는 때이다. 젊음이 아직 가시기 전, 갈고닦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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