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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은 May 14. 2022

물과 공기의 경계에서

다시 이력서를 쓰며

깊은 곳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또 가라앉아

이제 더이상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은 채로

멈춰있는 것만 같았던 순간들이 지나고

나는 다시 움직여보려 한다.


어느날 커다란 꿈을 가슴 속에 끌어안았다.

마치 망망대해에서 헤엄치다가 공기로 가득찬 풍선 하나를 끌어안듯.


꿈에 매달려 하늘 높이 날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계속 제자리였다.

희망은 꺾이고 의지를 잃어가는 나는 자꾸만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짜디짠 바닷물이 코와 입으로 몰아닥쳐 나는 허덕였다.


저항할 힘을 잃은 나는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내가 가라앉을수록 꿈은 더욱더 부풀어올랐다.

가라앉으려는 중력과 밀도차로 솟구치려는 힘이 충돌하며 나는 괴로웠다.


한가득 끌어안았던, 커다란 꿈을 

도저히 품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만 놓아주려고 했다.

나는 이대로 가라앉고 꿈은 높이높이 날아가 하늘에 닿을 수 있도록.


물밑 세상도 행복할 거야.

내가 꿈꾸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야.


굳이 떠오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행복했다.

그곳은 중력과 억지로 싸우지 않았다.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그런데 꽉찬 행복의 순간에도 나는 자꾸 죽고만 싶었다.

너무 깊이 내려와서 이제는 잘 보이지도 않는 

몽글거리는 태양빛이 절박했다.


놓친 줄 알았던 꿈을 다시 찾아본다.

가느다란 끈을 찾아 꿈을 다시 끌어안는다.

꿈에 이끌려 물 위로 허덕허덕 올라와본다.


꿈꾸는 하늘에 영영 닿을 수 없더라도

내가 꿈이라는 풍선을 웃으면서 놓지 않는 한

나는 물밑에서 살 수가 없어.


물과 공기의 경계에서 조금 더 싸워보자.

어느 세상을 선택할지는

중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결심에 의해서.


물론 드라마와는 아무 상관 없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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