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은 Oct 10. 2021

구글 포토 속의 나

행복해보여. 좋아보여. 이상하다.

15GB의 무료 용량을 제공하는 구글 드라이브에서 용량 부족 알림을 보내왔다.

무료 제공 용량이 가득 찼으니, 보관함을 정리하거나 추가 용량을 구매하라고.

고용량 요금제를 쉽게 결제할 수도 있었지만

데이터는 계속 늘어날 거고, 저장 공간을 무한정으로 공급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

이번 기회에 한번 정리해보기로 했다.


심호흡 한 번하고 들어선 내 사진 창고.

다행스럽게도 연도와 날짜별로는 최소한의 정리가 되어있어서

하나 둘 들춰보며 꼭 남길 것만 남겨보기로 한다.

대충 던져서 쌓아놓은 자료들이 넘쳐나서 막막하지만

오늘 한 발자국을 떼어야 정리가 시작되겠지?


대략 2015년부터 시작된 기록들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시기.

스스로도 몰랐던 내 모습에 내 주변의 사람들도, 나 자신도 크게 상처 받았던 시기이다.

이렇게 못났었다고? 이렇게 뾰족하게 굴 수 있다고?

아직도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다시 상처 받고, 한없이 부끄러워 이불속으로 깊게 숨어버리고 싶은데.

그래서 다시 기억하고 추억하기조차 쉽지 않은, 그런 시기로 라벨링 되어있는 때.


이제 막 일을 시작한 회사에서도, 점차 큰 역할을 맡게 된 교회에서도

내 생각만큼 내가 잘하지 못해서 너무나 쪼그라들어서 늘 화가 많았다.

내가 참 싫었는데, 나의 내면도, 외모도, 몸매도, 그냥 다 싫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다.

구글 포토 속의 내가 너무 예뻐 보인다. 반짝반짝 빛나 보인다.

사진이라는 게 좋은 때만 남겨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고립시켰다고 기억하고 있는 것과 달리

나를 지지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바보처럼 행동했던 기억 밖에 없는데,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살았네. 사랑에 둘러싸여 살았네.

부끄럽고 부족한 모습만 기억나서 살고 싶지 않았던(?) 적도 있는데.


완벽하다고 기억하는 하루가, 알고 보면 엉망의 순간의 총합인 것처럼

엉망으로 기억되는 과거에도, 나는 기특하게 살았었나 봐.

분명히 그 당시 나의 일기장은 후회와 반성만 가득한데,

그래도 그 치열함을 가슴에 품고 당시의 최선을 다했었나 봐.  


아, 나는 스스로 숨어버렸던 거구나.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서 숨어버렸구나.

괜찮았는데...


그래, 그렇다면 지금 모든 게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는 지금도

미래의 내가 보면

괜찮아.. 괜찮아.. 해주겠지.

그 고민이 쌓여서 더 나은 나를 만들겠지만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해도 된다고, 해주겠지.

Have fun, Stay sharp.

        

작가의 이전글 안녕, 여기는 전라남도 구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