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프리미엄 사용기

by 와초 Wacho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을 시작했다. 한 달에 19,800원. 너무 비싸다. 게다가 나는 유튜브를 많이 보지도 않는다. 구독한 가장 큰 이유는 ‘유튜브 뮤직‘도 함께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비싸다고는 느끼지만 그런데도 조금은 편리해진 느낌을 받는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틀면 바로 뜨던 광고와 긴 영상 사이에 항상 껴있던 광고들이 없어졌다. 심리적으로 꽤 안정감을 느낀다. 그동안 내가 광고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줄 때도 부담이 덜하다. 애는 빨리 틀어달라고 하는데, 영상을 누르면 광고가 먼저 나오니 조바심이 났었다. “엄마 빨리!” “응, 조금만 기다려. 금방 나올 거야.” 후유. 고작 10초~20초. 그 짧은 시간임에도 애를 달래야 했다.


유튜브 뮤직은 왠지 모르게 불편하다. 시간이 지나도 내가 적응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질감이 든다. 내 세계에 속하지 않을 것 같은 불편한 존재 같다. 그런데도 열심히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멜론’을 아주 오랫동안 써왔다. 대학교 때부터니까 거의 20년이 되어간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폴더로 만들었다. 크리스마스/ 독서음악(책 읽을 때 듣고 싶은 음악들)/ 청소 (청소하거나 힘을 낼 때 듣는 음악)/ 한여름/ 휴가/ 소윤이(아이에게 들려줄 음악)/ 클래식/ 재즈보컬 등등. 내가 느끼기에 멜론은 알고리즘 기반 앱이 아니었다. 듣고 싶은 음악은 내가 직접 찾아야 했다. 가수나 노래 이름을 검색어로 찾아 그 가수의 전체 앨범을 폴더에 넣었다. 그리고 새로운 음악을 또 검색하고 검색해서 나만의 멋진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해 나갔다. 그렇게 만든 폴더는 지금까지도 매우 소중하다. 그날 그 순간의 기분에 따라 폴더를 골라 재생버튼을 눌렀다.


비교적 최근이 되어서야 멜론에서 아주 소소한 알고리즘 서비스가 제공되었다. 어떤 노래를 찾으면, 그와 비슷한 느낌의 노래나 가수 정도를 알려주었다. 그렇지만 나는 딱 그 정도가 좋았다. 좋은 노래는 내가 검색해서 찾아 듣는 것에 익숙했고, 그래야 그게 비로소 내 노래가 되는 것 같았기에.


멜론에 100%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도 많았는데, 특히 필요한 게 있어도 여러 번의 버튼을 클릭해서 찾아야만 했다. 잘 정돈이 되어 있지 않아서, 앱 곳곳에 뭐가 어딨는지 찾기 어려웠다.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트렌드에서 한참은 떨어져 보였다. 그럼에도 멜론을 좋아했다.



유튜브 뮤직을 틀어놓으면 좋은 음악이 흐르는 그저 그런 카페에 앉아있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만 찾아놓으면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들이 끝도 없이 흘러나온다. 그들 대부분이 처음 듣는 음악들이다. 나는 그 음악의 뮤지션도, 가사도, 제목도 모른 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다. 그 음악들은 내 것이 되지 못하고, 내 세계에 속하지 못한 채 그냥 가버린다. 내가 어떤 노래와 가수를 좋아했는지 점점 흐릿해진다. 이런 흐린 감각이 너무 불편하고 싫다. 나의 것들이 무한한 세계 속에서 흩뿌려지며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아날로그를 향한 그리움이나 향수 같은 걸까. 그러고 보니 멜론도 아날로그는 아니었는데, 나는 분명 디지털에 익숙했던 사람이었다. 이런 부류의 디지털 세상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스스로 하는 일이 이렇게 줄어들다가 결국 스스로 하는 능력마저 적어질 것 같은 위기감이 들기도 한다. 기술이 나를 편하게 해주는 것에 안일하다 보면 ’나‘가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불편하지만 나만의 즐거운 공간을 채워가는 감각과 능력을 잃고 싶진 않다. 오늘도 수동적 소비의 편리함과 능동적 선택의 즐거움 사이에서 시소를 타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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