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풀 Jun 03. 2023

사진 단상

2017년 6월

사진(寫眞)

한자로 '베낄 사'에 '참 진'자를 쓴다.

'보이는 실제를 똑같이 구현'한다는 의미 같다.

영어로는 photo, 즉 '빛'이라고 개념으로 표현한다.

빛에 비친 세상을 똑같이 그린 것, 혹은 세계를 담은 빛이라는 뜻으로 유추해 본다.


사진은 소수의 생각과 개념을 쉽고 폭넓게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다양한 자료와 작품은 사진을 활용한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중에게 낯선 분야를 설명하는 데, 익숙한 것들을 더 명확히 보여주는 데, 사진은 최고의 도우미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모든 곳에 사진을 끼워넣기 시작했다.

내가 본 모습을 보여주려고, 가슴 속 느낌을 공유하기 위해 적당한 사진을 찾는 데 골몰했다.


어느 순간, 매몰돼가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사진은 손쉽게 상상하게 돕는 동시에, 독특하게 상상할 수 없도록 가로막기도 한다.

그 이상 더 많이 머릿 속에 그리던 즐거움은, 그려진 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글만 있던 소설 플란더스의 개는 만화 속 네로와 파트라슈의 이야기보다 애틋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속 키팅 선생은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하기 전 더 감동적이었다.


물론 사진과 영상의 순기능은 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하다.

그저 오랜만에 글을 쓰려다가, 사진 갤러리부터 뒤적대는 내 모습에 뭔가 공허했을 뿐이다.

상상하는 즐거움을 잊고 사는 듯 느꼈을 뿐이다.


*상상(想像): 생각할 상, 모습 상. 머릿속, 마음속으로 떠올리는 모습

작가의 이전글 [부대찌개 투어]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