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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단상

2017년 6월

by 어풀

사진(寫眞)

한자로 '베낄 사'에 '참 진'자를 쓴다.

'보이는 실제를 똑같이 구현'한다는 의미 같다.

영어로는 photo, 즉 '빛'이라고 개념으로 표현한다.

빛에 비친 세상을 똑같이 그린 것, 혹은 세계를 담은 빛이라는 뜻으로 유추해 본다.


사진은 소수의 생각과 개념을 쉽고 폭넓게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다양한 자료와 작품은 사진을 활용한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중에게 낯선 분야를 설명하는 데, 익숙한 것들을 더 명확히 보여주는 데, 사진은 최고의 도우미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모든 곳에 사진을 끼워넣기 시작했다.

내가 본 모습을 보여주려고, 가슴 속 느낌을 공유하기 위해 적당한 사진을 찾는 데 골몰했다.


어느 순간, 매몰돼가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사진은 손쉽게 상상하게 돕는 동시에, 독특하게 상상할 수 없도록 가로막기도 한다.

그 이상 더 많이 머릿 속에 그리던 즐거움은, 그려진 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글만 있던 소설 플란더스의 개는 만화 속 네로와 파트라슈의 이야기보다 애틋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속 키팅 선생은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하기 전 더 감동적이었다.


물론 사진과 영상의 순기능은 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하다.

그저 오랜만에 글을 쓰려다가, 사진 갤러리부터 뒤적대는 내 모습에 뭔가 공허했을 뿐이다.

상상하는 즐거움을 잊고 사는 듯 느꼈을 뿐이다.


*상상(想像): 생각할 상, 모습 상. 머릿속, 마음속으로 떠올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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