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풀 May 19. 2023

[부대찌개 투어] 프롤로그

대두의 빈말은 현실이 된다


"이번 연휴 때, 어디 국내에 돌아볼 곳 있을까요? 맛있는 음식도 있는 곳으로."

 

시엔 형은 맛과 스토리를 좋아한다.

유쾌한 성격에 탐구정신과 추진력도 대단한 우리 패의 두목이다.

 

"미군부대 있는 지역들로 부대찌개 투어나 가보시죠?

 

서정주 시인을 키운 8할이 바람이었다면, 신대두를 채운 8할은 헛소리다.

내뱉는 건 대부분이 빈말이나 뻘소리다.

아마 날숨의 절반 정도는 야부리일지도 모른다.

 

"어, 재밌겠다. 동두천부터 의정부랑 송탄(평택) 찍고 군산까지 가보자!"

 

황쿠쿠는 플래닝의 베이킹 파우더다.

지나가는 말도 쿠쿠를 거치면 일이 커진다.

지적이어도 너무 지적이다.

중학생 때는 퀴즈프로그램 기장원전에서 차석을 차지했었고, 고교시절엔 총력테스트라는 학습지에서 소개한 전국 수능 고득점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던 탓 같다.

종종 너무 지적이라, 모질게 지적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우리는 부대찌개 투어를 시작하기로 뜻을 모았다.

어쩌다 나온 빈말이 현실이 되어간다.


- To be continued…


*부대찌개는 6.25 휴전 후 미군부대 인근에서 발생한 ‘한미 퓨전 잡탕’입니다.

미군부대에서 인근 지역으로 나온 소시지, 햄, 통조림콩 같은 자투리 식재료에 김치, 고춧가루, 마늘, 파 같은 한국 재료들을 혼합해 만들었습니다.


빈곤과 허기로 서글펐던 시절 시작했지만, 어느덧 입맛이 무료할 때 즐겨찾는 국가대표 상비군급 찌개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영어로 바로 옮기면 troops stew일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한국 내 미군부대들의 이름은 캠프 페이지, 캠프 험프리처럼 주로 camp로 표현하기 때문에, camp stew에 더 가까워 보이기도 합니다.


찌개를 보통 수프(soup)나 스튜(stew)로 번역합니다.

상대적으로 묽은 국은 soup, 바특하고 맛이 센 찌개는 stew일 것 같습니다.


soup의 어원 ‘seue-‘는 ‘액체로 만든/변화시킨 것(to make liquid)’이란 의미를 가졌습니다.

채소, 생선, 고기 같은 재료를, 액체처럼 흐물거릴 정도로 푹 끓인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stew의 어원은 라틴어 ‘extufare’로 추정됩니다.

증기를 뜻하는 단어 steam이 떠오릅니다.

‘찐 것(뜨거운 김으로 익힌 것)’을 의미하는군요.

서양음식 전문가들은 stew의 묽음 정도를 찌개와 조림의 중간쯤이라고 설명합니다.


수프와 스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재료가 익은 정도 같습니다.

건더기가 흐물댈 정도로 푹 익은 국물 중심 음식이면 수프, 주재료의 모양과 질감이 살아있으면 스튜로 구분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기준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담배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