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원풀이 학습법 첫 강연을 했습니다.
설 무렵 썼던 ‘등장인물 이름풀이로 본 돈 키호테’ 글을 읽은 분의 요청으로 이뤄졌습니다.
모 초등학교 아버지회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zoom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어후, 진이 빠질 만큼 힘들었습니다.
교육기관에서 몇 차례 제 전문분야에 대해 강연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걸 믿고 큰 부담 없이 준비했는데, 과정과 결과 모두 아쉬웠습니다.
줌으로 이야기하니 벽에 대고 말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청중의 반응을 파악하기 어려워, 어느새 말이 빨라지고 톤도 높아졌습니다.
불안할 때 나오는 습관입니다.
더구나 어원풀이는 극소수 사람만 관심을 둔 생소한 분야입니다.
소 닭보는 반응도 나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조차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줌으로 강연을 들을 때와 직접 가르치는 상황엔, 엄청난 차이가 있었습니다.
화상 강연하는 방법을 배워야겠습니다.
첫 수업이라 많은 생각이 스칩니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준비가 부족했단 아쉬움이 남나 봅니다.
다음번엔 지금보다 나아질 겁니다.^^;;
여러 시각에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zoom’을 ‘확대한다’는 뜻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카메라로 먼저 접하니까요.
사실 zoom은 소리를 흉내낸 의성어입니다.
“쥐움~”
19세기에 나온 말인데, 20세기 비행사들이 사용하며 대중적으로 알려졌답니다.
비행기가 ‘급격히 상승(unrestricted climb)’을 할 때 ‘쥐움’ 소리가 납니다.
이를 영어론 ‘주움~’으로 쓰고, ‘zoom climb’이라는 항공용어로 자리잡았습니다.
카메라의 줌렌즈도 ‘쥐움’ 소리에서 왔습니다.
전동으로 작동하며 피사체 크기를 조절하는 줌렌즈는, 기존 렌즈처럼 상황에 따라 매번 갈아끼우는 불편을 없앴습니다.
이를 통해 신속한 촬영이 가능해졌습니다.
파사체가 급격히 가까워지는 동작도 zoom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2011년 다중 영상 미팅이 가능한 ‘zoom video communication’이란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디지털 인프라에서 태동한 줌은, 2020년 코로나의 파도를 타고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줌 커뮤니케이션’은 아이들과 어르신들도 활용할 만큼 줌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자리잡았고, 디지털 아다다인 저는 이래 저래 골치가 아픕니다.
“살려줘, 제발! 주~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