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띵즈 고너 체인지 마이 러브 포 유
유 오우트 투 노우 바이 나우 하우 머치 아이 러브 유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You ought to know by now how much I love you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글렌 메데이로스(Glenn Medeiros)가 부른 1980년대 빅히트곡입니다.
드리마 ‘응답하라 1988’ 수학여행 장면에서도, 덕선이네 반아이들이 이 노래를 떼창합니다.
홀드 미 나우
터치 미 나우
아 돈 워너 리브 위다우츄
나띵즈 고너 체인지 마이 러브 포 유
유 ‘오너너어음음음’ 알러뷰~
1988년의 나도 그랬습니다.
영어듣기라곤 수업시간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흘러 나오던 ‘리슨 앤드 리피트’와 ‘오럴 프랙티스’ 정도였습니다.
영어노랫말을 볼 수 있던 곳도, 고작해야 옆집 고등학생 형들이 보던 최신팝송 책이 다였습니다.
아무리 따라해봐도 매끈하게 이어 부르기 벅찼습니다.
연음을 자연스레 따라부를 만큼 혀가 유연하지 않았고, 어떻게 부르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딱딱하게 굳어있던 건 혀가 아니라 생각의 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포기했습니다.
포기하니 편했습니다.
1991년 고 1 때였습니다.
쉬는 시간에 한 친구가 라디오를 켰는데, ‘나띵즈 고너 체인지 마이 러브 포 유’가 흘러나왔습니다.
문제의 ‘오너너어음음음’ 부분이 왔는데, 누군가 부드럽게 따라 불렀습니다.
영익이었습니다.
짝꿍 영익이는 나보다 더 촌놈이었지만, 입학성적은 전교 1등이었습니다.
“그거 어떻게 외웠어? 난 아무리 해도 안 되던데.”
영익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답했습니다.
“들리는 대로 따라해.”
“해봤는데 안 돼.”
“난 몇백 번도 넘게 연습했다. ‘ought to’를 ‘오러’라고 발음하면서 따라불러 봐”
그랬습니다.
항상 난 몇 번 해보다가 말곤 했습니다.
머리가 썩 좋지도 않으면서, 집중과 몰입에 게을렀습니다.
그땐 깨닫지 못했고, 괜스레 짜증만 냈습니다.
그래서 글렌 메데이로스의 ‘글렌’만 들어도 마음빛이 흐려졌나 봅니다.
며칠 전 집에 오는 택시 안에서, 그 노래가 나왔습니다.
나도 모르게 폰을 꺼내, 30년 전 그 가사를 뒤적대고 따라 불렀습니다.
“나띵즈 고너 체인지 마이 럽포유
유 오러 노 바이 나우 하우 머치 / 알러뷰~”
나보다 대여섯 살 많아 뵈는 기사님이 물으셨습니다.
“거기 어떻게 외우셨어요? 전 아무리 해도 안 되던데.”
“짝꿍이 알려줬어요. ‘ought to’만 ‘오러’로 발음하면 쉽댔어요. 30년이나 지난 일이네요.”
“좋은 친구분이셨습니다. 제 짝은 담배나 가르쳐줬는데요.”
멋쩍게 웃으며 답했습니다.
“정작 그땐 못 따라했어요. 왜 그리 힘들던지…”
글렌 메데이로스, ‘글렌’의 철자는 Glenn입니다.
게일어(Gaelic) glenn은 ‘산의 계곡(溪谷)’을 의미했습니다.
*계곡은 ‘시냇물이 흐르는 골짜기’란 뜻입니다. 시내는 ‘마을(谷)’의 ‘실’과 냇물의 ‘내’가 만난 ‘실내’에서 ㄹ이 탈락한 말입니다. 이제 동네의 아주 작은 개천이 떠오르시죠?
산의 계곡에선 맑은 물이 흐르고, 그 물로 술을 빚으면 맛이 훌륭한 술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에선 Glen이 양조장(釀造場: 술 빚을 양, 만들 조, 곳/마당 장. 양조간장도 이 한자를 사용)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사슴계곡 Glenfiddich, 고요의 계곡 Glenmorangie, 리벳강의 계곡 Glen Livet이, 대표적 양조장이자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들입니다.
글렌 메데이로스의 발음 벅찬 그 노래는, 영어음치인 내게 여전히 술생각을 부추깁니다.
‘찰리의 초콜릿 공장’ 같은 ‘글렌의 위스키 공장’입니다.
술이 적당해지면 나지막이 노래를 불러야겠습니다.
나띵즈 고너 체인지 마이 럽 포유
유 오러노바이나우 하우머치 알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