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카페와 식당들이 운치있게 늘어선 거리가 있습니다.
‘용리단길’이라고 부릅니다.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의 예쁜 길 이름은 ‘송리단’입니다.
이태원 2동 경리단길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리’는 유리 같은 맑고 투명함을, ‘단’은 단청지붕의 울긋불긋한 따스함을 줍니다.
뜻보다 어감의 영향이 큽니다.
정작 경리단은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경리단의 정식이름은 ‘육군중앙경리단(陸軍中央經理團’).
대한민국 육군의 재정업무를 맡았던 부대(현 국군재정관리단)의 이름입니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회계’라고 쓰는 말이, 예전엔 ‘경리’였습니다.
한자어 경리(經理)는 ‘다스릴 경’자에, ‘다스릴 리’자를 씁니다.
‘경영관리’의 줄임말이지만, 주로 회계업무를 가리킵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입에 담기 싫을 군부대 이름인데, 경리단은 대체 왜 핫해졌을까요?
70년대에 국군 경리단 소속 야구팀(현 상무)이 있었습니다.
리그 우승을 많이 차지해 인기가 높았고, 부대이름도 유명해졌습니다.
더불어 경리단도 약속장소로 잡는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또한 인근 미군부대와 외국 대사관들의 영향을 받아, 외국의 먹거리와 풍습이 자리잡은 이색적 거리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용리단이나 송리단이 엉터리거나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말은 뜻뿐만 아니라, 소리가 주는 느낌의 영향도 크게 받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생겨날 공간과 기관의 이름엔, 좋은 뜻과 더불어 산뜻한 어감을 함께 담으면 좋겠습니다.
세빛둥둥섬이나 제2롯데월드는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