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중동여행기2_남녀혼숙실 일주일만에 체크아웃

오줌 좀 맘 편히 누자!

by 소다

당연히 동성끼리 쓰는 방인 줄 알고 올라가서 문을 열었을 땐 백인 남자애가 미트볼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있었다. 그는 부엌을 왔다갔다하며 나를 흘끗 보고는 제 할 일을 했다.

이게 뭐지?

당황하며 서 있는데 또 다른 남자가 나왔다. 꼬불꼬불한 머리에 안경을 쓴, 해리포터를 닮은 영국인이었다. '쉬몬'이라는 그 남자는 엄청난 친화력을 자랑하며 "웰컴!"을 연발했다. 그는 비어있는 방을 내게 안내해 준 뒤 굴러다니는 종이에다 와이파이 쓰는 법, 자기 전화번호, 시내 맛집 같은 것을 쓱싹쓱싹 적었다.

"자, 그리고 앞으로도 궁금한 거 있음 물어봐."

그러나 영어 필기체라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방은 이렇게 생겼다

나는 다른 룸메이트들은 누군지, 나는 왜 혼성숙소로 배정됐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두 명이 미국인 여자고 서로 친구야. 둘 다 성격 좋으니까 만나면 인사해 봐. 나도 코셔(유대인 음식규범)를 지키는 방을 원했는데 논(non) 코셔로 왔거든, 아마 원하는 대로 다 배정되는 건 아닌가 봐."


그는 정규 학기보다 두 달 먼저 와서 히브리어수업을 먼저 배우고 있었다며 다른 친구들과 벌써 친해졌다고 했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갓 만난 이들끼리 하는 어색한 인사가 아니라 '내 구역에 어서 와!' 같은 인사가 가능했던 모양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 교환학생을 신청한 이들의 대다수는 쉬몬처럼 두 달 전에 미리 도착한 유럽인과 미국인들이었고 그래서 내가 친구를 사귀기는 더 어려웠다. 쉬몬은 몇 가지를 더 일러준 뒤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나가보겠다며 제 방으로 돌아갔다.

부엌과 화장실, 샤워실을 함께 쓰고 안쪽의 방을 따로 쓰는 형태다

모든 게 낯선 것 투성이인 곳에서 뜻밖에 친절한 이를 만난 건 안심이 됐지만 남자 둘과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화장실을 쓸 때 소변 보는 게 불편했다. 조르르륵 소리가 혹시라도 밖에 들릴까봐 신경 쓰였다. 샤워할 땐 겉옷까지 항상 철저하게 갖춰입어야 했다. 대강 잠옷만 입고 방으로 후다닥! 이런 게 불가능했다.

기숙사는 커다란 가정집의 구조와 닮았는데 부엌과 샤워실, 화장실을 공용으로 쓰고 그 안에 딸린 방 네 개를 각자 쓰는 형태다. 그래서 샤워를 하거나 화장실을 쓸 때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이는 구석이 있었다. 아침에 잠옷 차림으로, 제대로 눈도 못 뜨고 부엌에 나왔는데 남자와 마주치는 것도 좀 신경쓰였다.


쉬몬은 좋은 친구였고 다른 두 여자 룸메이트도 만나보니 살가운 친구들이었지만 나는 일상 속 불편을 못 이기고 결국 방을 바꾸었다. 기숙사 사무실로 가서 서류를 재접수하니 별다른 피드백 없이 새 방을 내 주었다.

창 밖으로 바라 본 기숙사 풍경

나중에 배정 받은 여학생방이 혼성 숙소보다 더 좋았느냐 하면 꼭 그렇진 않았다. 긴장감은 덜했지만 여성룸메들끼리 이미 친해진 상황에서 그들 사이에 끼기가 쉽지 않았다. 쉬몬처럼 정규 수업 전에 이스라엘에 온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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