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온 다음 날은 유대인 회당과 갈릴리 호수를 구경하고 박물관에 들르는 등 관광객으로서 하루를 충실히 보냈다.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다리가 아팠지만 한낮의 갈릴리 호수와 황혼의 호수를 모두 볼 수 있어 좋았다.
푸르른 갈릴리호수
물이 파랗고 맑다
호숫가에는 이런 조개류도 산다
누워서 크로와상을 하나 까 먹었다
이렇듯 푸르던 갈릴리호수는 저녁이 되면 노을이 비치면서 멋진 색깔을 낸다.
이렇게 잔잔한 호수에 물고기가 얼마나 살까 싶지만 실제로 여기 사는 어종은 20여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하게 잡히는 어종이 일명 '베드로 물고기'라는 별칭을 가진 틸라피아다. 담수호에 살고 크기는 성인 손바닥보다 약간 크다.
틸라피아가 베드로 물고기라고 불리는 이유는 호수에서 워낙 흔하게 잡혀 아마도 예수의 제자인 베드로가 어부 시절 잡은 물고기가 틸라피아가 아닐까 추측되기 때문이다. 물론 기원전 일이니 그가 잡은 게 실제 틸라피아인지는 확인이 안 된다.
갈릴리 호수와 물고기는 성서에서 예수와 베드로의 만남을 잇는 중요한 매개체다. 성서에 따르면 갈릴리 호수의 어부 베드로는 밤새 물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았으나 "깊은 데로 나가 고기를 잡으라"는 예수의 말을 듣고 다시 호수로 나갔고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낚는다. 베드로가 예수를 두려워하자 예수는 "두려워 말라. 앞으로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베드로는 그물을 버려두고 예수의 제자가 됐다.
나중에 베드로는 목숨의 위협 앞에 예수를 배신하고 어부의 삶으로 돌아간다. 그런 그가 예수와 재회하는 장소도 갈릴리 호수다. 베드로가밤새 물고기를 못 잡고 돌아온 날 예수는 호숫가에서 물고기를 구우며 베드로를 기다린다. 예수는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고 그가사랑한다고 답하자 "내 양 떼를 먹이라"고 말한다.그 뒤 베드로는 부활한 예수를 전하는 제자로 살았다.
베드로 물고기 얘기가 성서에 자꾸 나오니 그 정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근처에 있는 생선가게에 들러 틸라피아를 사기로 했다. 숙소에 가서 간단히 맛볼 요량이었다. 길거리에 생선을 좌판에 올려놓고 파는 가게가 두어 개 보였다. 한국에선 대형마트에 밀려 거의 없어져 버린 동네 생선가게를 다시 만난 것도 반가웠지만, 주인장이 두 마리 값에 세 마리를 준 인심은 더 반가웠다.
그는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랐지만 손가락 언어는 잘 했다. 베드로 물고기는 두 마리에 10셰켈(약 3천원)이었지만 주인장은 나를 보면서 손가락을 두 개 폈다가 물고기를 다시 가리킨 뒤 손가락 세 개를 다시 폈다. 그리곤 물고기 세 마리를 나 보란 듯 봉지에 넣었다. 한 마리 더 얹어준단 뜻이었다.
내가 땡큐!하고 따봉을 날리니 주인장도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베드로 물고기 사서 집 가는 길. 손에 든 건 동전이다. 사장님 땡큐!
달음박질로 숙소로 돌아와 창문을 열고 생선부터 구웠다. 한국이었다면 당장 쫓겨났겠지만 우리의 아브라함은 생선 구이를 해도 되냐는 물음에도 아주 쿨했다. "먹고 쓰레기만 잘 내 놔."
우리는 베드로 물고기에 칼집을 내고 소금을 뿌린 뒤 미니오븐에 구웠다. 중간중간 익었는지 계속 열어서 확인하며 조급증을 달랬다.
그렇게 먹은 베드로 물고기는 기가 막혔다. 바삭하게 잘 구워진 껍질에 부드러운 속살이 조화를 이뤘고 비린내도 전혀 나지 않았다.
맛있었던 베드로 물고기. 근데 양파는 왜 얹었담.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에도 베드로물고기 어종인 틸라피아가 '역돔'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이 녀석은 근데 민물고기인데도 도미로 눈속임하는 횟감으로 팔려서 문제가 많았던 모양이다. 구워먹으면 참 맛있는데 괜히 횟감으로 유통돼 첫인상을 구겼으니 한국에서 더 이름 날리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오는 사람은 한 번쯤 베드로 물고기를 잡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