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중동여행기22_안녕 친구들

나 없이도 잘 지내

by 소다

기숙사 짐은 뺐지만 친구들과 작별인사는 아직이었다. 안식일 전에 소소한 작별 파티를 열기로 돼 있었다.

내 짐으로 가득했던 방
말끔히 정리했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대학원생이었기 때문에 학기가 아직 남아있었다. 친하게 지내는 이들을 모두 남겨놓고 나 혼자 귀국하게 된 것이다. 낮에는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 언니들을 만나 커피와 케이크로 조촐한 작별 인사를 했고 저녁엔 외국인 친구들과 만나기로 다.


그 날은 특별히 마지막날을 기념해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만들어주기로 한 날이었다. 언니들에게 빌린 냄비와 후라이팬으로 고추장닭고기볶음밥이랑 계란찜을 만들어 가져갔다.

방에 도착하니 모두가 와 있었다. 그날은 엘리의 생일을 축하하는 날이기도 해 다들 잘 차려입고 왔다. 친구들은 고추장닭고기볶음밥을 좀 매워했지만 계란찜은 맛있게 먹어주었다.


친구들과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노는데 반이 나를 따로 불렀다. 불 꺼진 방으로 가니 작은 꾸러미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제 못 본다 생각하니 아쉬워. 너와 함께여서 이스라엘 생활이 즐거웠어."

예상치 못한 선물이었다. 그가 평소에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 편이었기에 더 감동이었다. 안에는 정성들여 쓴 편지와 작은 가방이 들어있었다. 고마운 마음에 그를 두 번이나 안았다.


원래는 밤 11시까지 놀 예정이었지만 다음날 안식일이어서인지 대중교통이 9시 가량에 끊긴다고 했다. 아쉽지만 자리에서 일찍 나와 친구들과 인사하고 함께 셀카를 찍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바이바이~하고 인사하고는 103호 문을 닫았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으려니 여러 기억들이 떠올랐다. 처음 여기에 캐리어 질질 끌고 왔던 날, 친구들 못 사귀어서 로비에서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일기 쓰던 날, 처음으로 친구 방에서 저녁을 먹던 날, 윌리엄의 짝사랑을 어떻게 이어줄 지 작전회의를 하던 날, 다같이 안식일 식사를 하고 버거 가게에서 저녁 먹던 나날들이 휙휙 스쳐갔다. 헤어짐이 아쉽고 섭섭했지만 함께여서 즐거웠다. 짧은 시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에 히브리대 교환학생 생활이 풍성하고 따뜻했다.


그러나 아련해 하던 것도 잠시, 버스가 사십 분째 오지 않고 앱에 나와 있던 도착 예정 버스도 속속 없어지기 시작했다. 더 늦어지면 돌아가기가 힘들 것 같아 고민을 하다가 택시를 탔다. 30셰켈을 주고 시청 앞까지 갔다가 거기서 내려서 걸어서 벤 예후다까지 갔다. 시내에 잡아놓은 숙소가 있는 곳이었다.

밖은 어두웠다

돌아가는 길에 짝사랑남 다비의 룸메이트에게서 연락이 왔다. "헤이, 7층 올라와. 우리 파티 중인데 같이 해." 내가 며칠 전 다비에게 떠난다고 알렸는데 혹시 그걸 기억하고 물어봐준 건가? 의외의 연락이 반가웠다. 파티는 못 가지만 그들이 나를 기억해 주는 게 기뻤다.

나는 정성 들여 답장을 보냈다. "미안해, 난 오늘 떠나는 날이라 못 가. 그래도 기억해줘서 고마워! 이스라엘에서 좋은 시간 보내!"

한줄 한줄에 아쉬움을 꾹꾹 담았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답장이 와 있었다.

"다른 사람한테 보낸다는 걸 잘못 보냄. 미안~"

역시 한 번 짝사랑은 영원한 짝사랑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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