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중동여행기24_다시 찾은 친구네 집

이번엔 온가족이 모였네

by 소다

아침에 일어나 컵라면을 끓여먹고 나니 에어비앤비 주인장과 연락이 닿았다. 밤새 너무 추웠다고 하니 주인장이 같은 층의 다른 방을 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대강 짐을 꾸려 건넌방으로 갔다.

이스라엘여행의 첫 끼 오징어짬뽕
새 방은 이렇게 생겼다

이전에 쓰던 방보다 덜 추웠고 더 넓었다. 자그마한 히터가 있어서 그것을 쬐면 좀 나았다. 이스라엘의 겨울은 한국만큼 심하게 춥진 않지만 낮 기온이 10도 전후로 나름 쌀쌀하다. 따뜻한 방을 기대했던 우리는 새 방도 그다지 사정이 다르지 않은 걸 확인하곤 긴팔 긴바지를 껴입고 지냈다.


첫날은 시내를 간단히 돌아보고 쉬었고 둘쨋날 동예루살렘에 있는 마이사네 집에 갔다. 히브리대 테이블에서 다짜고짜 번호를 따간 팔레스타인 친구 마이사의 이야기를 앞서 했다. 10월에 그 친구네 집에 가서 재밌게 놀았는데 마이사가 내가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 더 오라고 했다. 터키에서 산 사과차와 케이크를 손에 들고, 아빠와 함께 그 집을 다시 찾았다.


마이사네는 지난번과는 또 다른 메뉴를 내 놓았다.

야채에 밥을 싼 음식과 양념에 재운 고기(슈와르마)가 나왔는데 배불러서 숨도 못 쉴 만큼 음식이 많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사르마'(Sarma/ Lenanese Stuffed chard rolls)라고 해서 레바논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라고 했다. 근대잎을 익힌 뒤 그 안에 곡물과 다진 고기 등을 넣고 싸서 먹는 요리다. 한국의 연잎밥과 비슷한데 조금 더 향신료 맛이 나고 새콤했다. 내 입맛에 잘 맞아서 맛나게 먹었다.

이렇게 생긴 요리다

지난번엔 나 혼자여서 여자들끼리만 놀았는데 이번엔 아빠도 함께여서 가족 단위의 놀이가 가능했다. 이슬람교도는 이성과 가급적 대화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마이사 자매들과, 아빠는 마이사 아버지와 남동생과 놀았다.


말이 안 통하는데 어떻게 놀았느냐 하면 마이사 아버지가 가족앨범을 꺼내오셔서 왕년의 잘생김을 계속 자랑하셨다. 마이사의 남동생인 무함마드는 곧 기도하러 간다며 위아래 흰색 옷을 갖춰 입으면서 아빠에게도 한 번 입어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맨날 무슬림들 사제복 입은 것만 봐서 그런지 아빠가 입은 사제복은 별로 적응이 안 됐다. 아빠 얼굴이 좀 까매서 사제복이랑 더 대비되기도 했다. 우리는 기념사진을 여러 장 찍으며 함께 낄낄거리고 놀다가 디저트를 먹고 헤어졌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아빠가 집에 오셔서 소화제를 달라 하셨다. 알고 보니 근대밥이 좀 아빠 입맛에 안 맞았던 모양이다. 정성껏 만들어줬는데 티낼 수도 없고 해서 일단 드셨는데 나중에 소화가 잘 안 됐고 체한 느낌이 드신다고 했다. 아빠는 그날 결국 구토를 하시고 잠을 잘 못 주무셨다. 아빠가 아랍음식을 잘 못 드시는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이후로는 여행 내내 볶음밥을 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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