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컵라면을 끓여먹고 나니 에어비앤비 주인장과 연락이 닿았다. 밤새 너무 추웠다고 하니 주인장이 같은 층의 다른 방을 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대강 짐을 꾸려 건넌방으로 갔다.
이스라엘여행의 첫 끼 오징어짬뽕
새 방은 이렇게 생겼다
이전에 쓰던 방보다 덜 추웠고 더 넓었다. 자그마한 히터가 있어서 그것을 쬐면 좀 나았다. 이스라엘의 겨울은 한국만큼 심하게 춥진 않지만 낮 기온이 10도 전후로 나름 쌀쌀하다. 따뜻한 방을 기대했던 우리는 새 방도 그다지 사정이 다르지 않은 걸 확인하곤 긴팔 긴바지를 껴입고 지냈다.
첫날은 시내를 간단히 돌아보고 쉬었고 둘쨋날 동예루살렘에 있는 마이사네 집에 갔다.히브리대 테이블에서 다짜고짜 번호를 따간 팔레스타인 친구 마이사의 이야기를 앞서 했다. 10월에 그 친구네 집에 가서 재밌게 놀았는데 마이사가 내가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 더 오라고 했다. 터키에서 산 사과차와 케이크를 손에 들고, 아빠와 함께 그 집을 다시 찾았다.
마이사네는 지난번과는 또 다른 메뉴를 내 놓았다.
야채에 밥을 싼 음식과 양념에 재운 고기(슈와르마)가 나왔는데 배불러서 숨도 못 쉴 만큼 음식이 많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사르마'(Sarma/ Lenanese Stuffed chard rolls)라고 해서 레바논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라고 했다. 근대잎을 익힌 뒤 그 안에 곡물과 다진 고기 등을 넣고 싸서 먹는 요리다. 한국의 연잎밥과 비슷한데 조금 더 향신료 맛이 나고 새콤했다. 내 입맛에 잘 맞아서 맛나게 먹었다.
이렇게 생긴 요리다
지난번엔 나 혼자여서 여자들끼리만 놀았는데 이번엔 아빠도 함께여서 가족 단위의 놀이가 가능했다. 이슬람교도는 이성과 가급적 대화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마이사 자매들과, 아빠는 마이사 아버지와 남동생과 놀았다.
말이 안 통하는데 어떻게 놀았느냐 하면 마이사 아버지가 가족앨범을 꺼내오셔서 왕년의 잘생김을 계속 자랑하셨다. 마이사의 남동생인 무함마드는 곧 기도하러 간다며 위아래 흰색 옷을 갖춰 입으면서 아빠에게도 한 번 입어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맨날 무슬림들 사제복 입은 것만 봐서 그런지 아빠가 입은 사제복은 별로 적응이 안 됐다. 아빠 얼굴이 좀 까매서 사제복이랑 더 대비되기도 했다. 우리는 기념사진을 여러 장 찍으며 함께 낄낄거리고 놀다가 디저트를 먹고 헤어졌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아빠가 집에 오셔서 소화제를 달라 하셨다. 알고 보니 근대밥이 좀 아빠 입맛에 안 맞았던 모양이다. 정성껏 만들어줬는데 티낼 수도 없고 해서 일단 드셨는데 나중에 소화가 잘 안 됐고 체한 느낌이 드신다고 했다. 아빠는 그날 결국 구토를 하시고 잠을 잘 못 주무셨다. 아빠가 아랍음식을 잘 못 드시는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이후로는 여행 내내 볶음밥을 해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