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중동여행기27_계획이 달라도 괜찮아

함께 하니 재밌다

by 소다

갈릴리로 가는 962번 버스오후 4시께 타고 올라가 7시 좀 넘게 도착했다. 전에 친구와 한 번 와 본 적 있었지만 아빠와 여행하는 중이니 또 와도 좋을 것 같았다.

첫날 잡은 에어비앤비가 낡긴 해도 우리가 첫 손님이었는지 집주인 에이탄과 부모가 다 뛰어나와 방과 엘리베이터 사용법을 알려주며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짐을 풀고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먹었다. 그릇도 제대로 없었지만 외국에서 먹는 라면은 늘 맛있다. 히터가 잘 되고 따뜻한 물도 잘 나와서 따뜻하고 편안하게 샤워하고 잠도 잘 잤다.

다시 찾은 갈릴리 호수


다음날은 아빠와 실랑이가 좀 있었다. 아빠는 옷을 걸 수 있는 옷걸이 행거가 있었으면 하셔서 그것을 집주인 에이탄에게 이야기하려고 했다. 늘 다른 사람 눈치를 보는 나는 에이탄이 혹시나 귀찮아할까봐, 그런 부정적인 반응을 보는 게 싫어서 하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그릇이나 숟가락도 아니고 옷걸이 행거라니! 있을 거라 기대하기 어려운 물건 아닌가 싶었다.

반면 아빠는 내가 너무 사리는 것 같다며 숙박을 하는데 물어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우리는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에이탄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재밌게도 에이탄은 싸구려 옷걸이를 구부려다가 간이 행거를 만들어 주었다. 내가 그렇게 눈치 보지 않아도 그는 크게 힘 들이지 않는 선에서 자기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다.


또 이런 일도 있다.

벳새다에 가려고 했지만 버스 정류장을 잘못 아는 바람에 실패하고 팔복 교회로 목적지를 바꿨다. 교회는 높은 지대에 있었고 우리가 내린 버스정류장은 거기서 꽤 멀었으며 차도는 교회까지 빙빙 둘러 가도록 돼 있었다. 보행자 길보다 차도가 더 잘 나 있는 이스라엘은 차로는 15분 거리여도 걸으면 한참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차도를 따라 걸으면 1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었다. 그 거리를 감내할지 망설여졌다.


도로 옆 울타리 사이로 작은 샛길이 보였지만 그 너머는 완전 산길이었다. 나는 거길 간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는데 아빠는 그 길로 가 보자고 나를 설득하더니 안으로 슥슥 들어갔다. 사람이 다니던 길은 금방 없어졌고 올리브나무가 심겨진 들판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런 길을 걸었다

혼자라면 하지 않았을 일인데 막상 대추야자를 먹으면서 한가로운 올리브숲 길을 걸으니 편안하고 즐거웠다. 풀을 헤치고 갈 때는 이 상황이 우스워 웃음도 났다.

정작 팔복교회 자체는 별 것이 없었다. 숲을 지나 도착한 교회 마당에서 우리는 대추야자를 먹으며 책을 읽고 놀았다. 혼자 갔으면 아무것도 없다며 실망했을 것인데 그 길을 걸은 게 추억으로 남았다.

멀리 소가 보인다
대추야자 챱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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