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중동여행기28_자연온천에서 수영을

따뜻한데 물고기가 사네

by 소다
샤흐네 모습. 출처 이스라엘 공원관리청

이스라엘엔 수온이 일년 내내 28도인 자연 온천이 있다. 물이 맑고 푸른데 물고기도 여럿 산다. 따뜻한 물에 몸을 집어넣으면 피로가 싹 풀린다. 그 곳에 다녀온 지 한참 지났는데도 가끔 눈을 감으면 그립다.


자연온천 '샤흐네' 혹은 간 하쉬로샤 국립공원(Gan Hashlosha National Park)은 길보아산 동쪽에서 흘러내려오는 온천의 물길을 돌려 만든 자연 온천 풀장이다. 이스라엘 공원관리청이 시설을 보수, 관리해 내부가 깨끗하고 옷을 갈아입을 탈의실과 샤워실, 식당도 갖춰져 있다. 20여년 전(!) 미국 <타임>지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 20개를 선정할 때 샤흐네를 그 안에 포함했는데, 현지에선 아직까지도 그 얘길 울궈먹고 있다. 당시 기자가 샤흐네를 '에덴 동산'에 빗댄 문구까지도 말이다.


물을 좋아하는 나와 아빠도 샤흐네를 찾아갔다. 사실 한국엔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인데 인터넷상에 좋은 후기가 많길래 한 번 다녀와 보기로 했다. 큰 기대가 없었는데 이스라엘 전체 일정에서 가장 좋았던 곳 중 하나였다.


샤흐네는 갈릴리에서 버스 한 번으로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우리는 아침 일찍 수영복을 챙긴 뒤 숙소에서 체크아웃하고 나와 샤흐네로 향했다.


얕은 물은 초등학생도 놀 수 있지만 깊은 물은 4~5m 깊이까지 된다. 물안경을 끼고 안을 들여다보면 아랫쪽 물이 파랗게 보일 정도다. 발을 물에 담그자 조그만 물고기들이 달려들어 콕콕 건드려 댔다. 그 느낌이 간지럽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해 발을 자꾸만 빼게 됐다. 아빠는 귀엽다면서 그 작은 물고기들하고 놀더니 훌쩍 깊은 물로 수영해 들어가셨다.


한국인들은 생존 수영을 잘 못한다고 한다. 자유영 평영 같이 수영장에서 하는 수영법 위주로 배우다 보니 정작 발이 안 닿는 깊이의 물에 들어가면 안정적으로 떠 있기가 어렵다고 한다. 나도 깊은 물에 들어갔을 때 외국인들처럼 발장구 치며 서서 수영하는 법(입영)을 몰라서 계속 자유영을 하면서 어디론가로 수영해야 한다. 거기에 헐거운 물안경 사이로 물이라도 들어오면 엄청 당황하고 만다. 즉 발이 닿는 영역에서, 물안경이 잘 작동할 때만 제한적으로 수영이 가능한 사람인 것이다.


이번에도 용기 내어 깊은 물에 들어갔는데 물안경 안으로 물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만 당황해 머리를 무의식적으로 들었고 그 순간 몸이 가라앉으며 입으로 물이 들어왔다. 놀란 몸이 긴장하면서 자꾸 더 가라앉았고 물 때문에 시야를 가리니 수영을 하기도 어려워졌다. 몸을 억지로 물 위로 끌어올려 잠깐 숨을 들이쉰 뒤 다시 물 안으로 가라앉아 물장구를 치는 식으로 어푸어푸대면서 수영 자세를 되찾으려고 애썼다.


다행히 그 사이 어느 정도 몸의 긴장이 가라앉고 몸이 뜨기 시작했다. 깊은 곳으로 가던 몸을 얼른 돌려 작은 치어들이 있는 얕은 곳에 도착해서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자칫하면 위험했을 순간이었다.


그래도 얕은 물에서 놀기엔 너무 심심했고 보다 큰 물고기를 보고 싶었으므로 나는 다시 깊은 물에 도전했다. 이번엔 가급적 배영을 하며 이동하되 물 아래가 보고 싶을 땐 물안경을 끼고 잠깐 헤엄쳐 들어갔다 나오는 식으로 물 속을 구경했다. 몸이 좀 가라앉는다 싶으면 다시 위로 올라와 얼른 몸을 뒤집고 배영을 했다. 1년 수영 배우면 뭐하나 스스로가 한심했지만 그 땐 그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깊은 물 속은 푸르고 아름다웠고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간 하쉴로샤 내부 모습. 셔터스톡 이미지.

나중에 얘길 들으니 아빠는 한참 수영을 하다 뒤를 돌아봤는데 내가 잠시 보이지 않자 더럭 겁이 나셨다고 한다. 얘가 어딜 갔지? 혹시 꼬로록 했나?(실제로 그 때 꼬로록 상태였다). 하지만 다행히 내가 뭍으로 올라오는 걸 보고 안심하셨다고 한다. 아빠는 팔을 철썩 치는 커다란 물고기도 보았는데, 거의 사람 팔뚝 만해서 좀 징그러웠다고 한다.


찾아보니 샤흐네에 주로 사는 물고기는 베드로 물고기 '틸라피아'란다. 차가운 갈릴리 호수에도 사는 녀석인데 이렇게 뜨거운 물에도 살다니 어떻게 된거야! 하니 수온 14~32도면 어디서든 잘 사는 어종이라고 했다. 대단한 녀석이다.


물놀이의 최대 단점이 추워서 1시간 이상 못 논다는 점인데 샤흐네에선 그럴 걱정이 없어 좋았다. 오전8시에 샤흐네에 도착했는데 다 놀고 나오니 오후12시였다. 시간이 꿈처럼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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