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다 Oct 15. 2021

나의중동여행기48_친구 만나니 한결

숨통이 트이네

"너 괜찮아? 얼굴이 너무 안좋아보여. 나 안 반가워?"

호텔 주차장에서 만난 J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차, 그래도 J를 만나러 온 건데 내 표정이 너무 안좋았구나. J에게 미안했다.


"어어, 여기 오는데 택시비도 바가지 쓰고 이래저래 익숙지 않아서 좀 고생했거든. 미안미안."

"그래, 낯선 나라 오는 거 쉽지 않지. 난 오만에 오겠다고 하는 애는 니가 처음이라니까?"


우리는 J의 차를 타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내로 나갔다. J를 만나니 불안했던 마음이 싹 걷혔다.

시내의 레스토랑으로 나가 빵과 후무스, 익힌 생선과 양고기를 먹으면서 J의 오만 생활을 들었다. 중동생활을 처음 해 봤다는 J는 그래도 식사며 직장 일이며 잘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낯선 땅에서 벌이를 하고 거주지와 차도 마련한 J가 어른처럼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J의 차를 타고 나가 시내를 돌아봤다. 멋없는 황토빛 사각형 건물이 많은 다른 중동국가와 달리 오만엔 잘 꾸며진 건물이 많았다. 정통 이슬람 양식에 포르투갈, 영국 등 교역이 활발했던 국가의 건축양식이 혼합된 것이라고 한다. 낮보다 가로등 켜진 밤에 더 운치가 있었다.

우리는 차를 타고 J가 일하는 직장과 주변 건물들을 구경했다.

이런 거리
저런 거리

오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기준 1만5천달러로, 3만달러를 넘긴 한국엔 못 미치지만 헝가리나 폴란드(각각 1만5천달러)쯤은 된다. 1960년대 중반까지는 아랍국가 가운데서도 최빈국이었으나 1967년 석유가 발견되면서 급속한 근대화를 이루었고 때마침 즉위한 카부스 현 술탄의 적극적인 서방 교역 정책도 맞물리면서 크게 성장했다고 한다.


확실히 아랍국가 중에서도 부유한 나라라 그런지 마구잡이로 사람을 붙잡는다든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인종차별 농담을 한다든가 하는 일은 확실히 적었다. 치안이 꽤 좋은 편이라던 J의 말이 이해됐다.

아랍간식 크나파

마트에 들러 저녁식사 거리로 크래커와 브리치즈, 디저트 크나파, 산딸기를 샀다. J가 매일 출퇴근해야 해 내일부턴 나머지 시간을 혼자 보내야 했다. 장 본 것을 J의 차에 싣고 호텔로 돌아왔다.


내일 아라비아해 스킨스쿠버를 수 있는지 몇 군데 연락해 물어봤는데 대부분 전화를 안 받거나 왓츠앱 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 스쿠버 말곤 일정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다 내일도 호텔에서 손가락 빠는 거 아냐, 걱정이 될 즈음 한 업체가 5시간 만에 왓츠앱 메시지로 답장했다.


"내일 10시 오케이? 장비 수수료 20리얄(6만원) 추가해야 함."

이미 40리얄(12만원)을 체험료로 내는데 장비 수수료는 뭔 또 장비 수수료야.

짜증이 잠깐 났지만 다른 수가 없었다. 다른 업체는 아예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오케이. 내일 10시."


일정이 생겼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다.

간단히 일기를 쓰고 잠들었다.


"던전형 여행지를 너무 오랜만에 만나 마음이 힘들었는데 J 덕분에 용기를 다시 얻을 수 있었다. 퇴근하고 시간을 내 준 J에게 고마웠다.


내일 아침엔 J와 함께 장본 것들로 아침을 해 먹어야지. 누군가 빼앗아간 한두 푼을 또 다른 누군가가 풍성하게 채워주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중동여행기47_낯선 땅에 서 보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