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쉬어주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끌어 바닥에 깔린 이불로 향했다. 바닥에 널브러진 이불들은 내 모든 상태를 대변해주는 듯했다. 누워서 쉬다 보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이 순간만큼은 어떤 것 보다 행복하기만 했다. 하지만 쉰다는 것과 게으르다는 것은 한 끝 차이인 것처럼 '내가 게으른 건가?' 생각을 바꾸었다.
가만히 누워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전화 오는 것조차 두려운 탓일까. 부모님을 제외한 모든 연락을 피하기 일쑤였고, 친구들 전화도 대놓고 짜증을 부리며 받기도 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되뇔 뿐. 썩어빠진 마음 상태를 고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썩어빠진 마음 상태는 썩어가고 있는 시체와 다를 바가 없었고, 누워있는 모양새는 누가 보면 객사한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어쩌지 못하는 건 당연한가 보다. 이런 상태가 죽어있는 시체 같다면, 잠깐이라도 시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행복도 잠시 내가 계획했던 일 들이 잠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역시나 쉬는 것보다는 게으르다는 표현이 더욱 맞겠다 싶은 게 스쳐 지나간 후, 곧바로 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의미 없이 시간은 지나가고, 시간은 나한테 실망하고 뒤를 돌더니 더 이상 나에게 오지 않았다. 같은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그 상태가 진짜인 줄 알고, 뇌가 착각하는 듯했다. 이렇다 정말 시체 같은 상태가 아니라 시체가 되는 게 아닐런지. 그렇게 그 날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나 또한 같이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