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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키 Dec 27. 2022

이상한 증상

이런 경험은 참 낯설다.

새로운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고 지낸 지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내 두뇌가 아직 작동하고 있음은 분명하고 두뇌 작동은 의식이라고 할 수 있고 또 모든 의식과정을 생각이라고 본다면 난 생각이란 걸 하긴 하는 걸 거다. 그러나 생존만을 위한 기계적 반복적 의식도 생각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창의력과 상상력 하나 없이 희망 한 꼬집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아침해를 맞고 저녁달이 어느새 하늘에 걸린 걸 물끄러미 바라본다.  


참 이상하다. 내가 기대한 것보다 집수리도 더 많이 되었고 토지 잔금까지 치러 태어나서 처음으로 땅문서라는 등기필 서류까지 갖게 되었는데 난 왜 더 깊은 수렁에 빠진 거 같이 진이 빠지는 걸까? 시작도 해보기 전에.


정말 인생은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걸까? 지금 나를 훑고 가는 내 인생은 어떤 걸까? 이런 질문조차 무의미할 만큼 인생이란 게 무언지 아무런 생각이 없다. 지금은 삶에 대한 그 어떤 것도 나를 사로잡지 않는다. 겨울잠 자는 곰 마냥, 아무런 감흥도 없이 그저 숨만 쉬면서 시간을 마냥 흘려보내고 있다. 바로 전 글이 무색하게 나는 요즘 상상도 하지 못했던 무드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아니, 벗어날 그 어떤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떤 일들에서도 나와의 연결점을 찾지 못하고 홀로 존재하고 있는 듯한 이 느낌이 너무 낯선데도 어떻게 해 볼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기이하다.

  

브런치를 클릭하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게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다. 진짜로 할 말이 하나도 없을 수 있다는 걸 경험하고 있다. 아무것도 나를 글쓰기로 이끌지 못했다. 내 마음이 정말로 갈 곳을 잃었는지 세상의 그 무엇도 나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이건 정말 처음 경험하는 정서다.


막연하게나마 좋은 글을 쓰고 싶은데... 정말 그렇긴 하다. 다른 사람들이 읽어서 의미 있고 가치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그런데 그저 영혼 없이 바라거다. 있다.  그런 일은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다는  또한 잘 알고 있으니까.


이 글을 쓰는 지금 역시 할 말이 딱히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키보드에서 손을 떼지 않는 건 이런 마음이라도 풀어놓는 게 혹시라도 물꼬가 될지도... 아님 어느 작가의 말처럼 살기 위해서라도... 브런치 한 공간을 이런 글이라도 쓰면서 존재하고 싶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딱히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런 글을 무례하게 올리는 이유는 브런치라는 공간이 이런 민낯도 기꺼이 드러낼 수 있는 곳이었음 하는 바람 때문인 거 같다. 공적인 공간을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자격이 내게 있는 건지 확신은 없지만... 그런 희망마저 없다면 정말 어찌할지.


아마도 누구에겐가 이런 나라도 받아달라고 떼를 쓰고 있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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