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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쓰기랑 씨름한다.

by 더키

브런치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데... 재밌게 하고 싶은데... 글쓰기에 신이 나지 않는다고 칭얼거리는 제목을 달고 어린애처럼 징징 거리는 글을 썼다. 그리고는 읽어보니 정말 별로였다.


조회수가 적고, 댓글이 달리지 않고, 좋아요를 많이 받지 못해도, 어깨가 축 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응에 연연하지 않고 담담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글 한 편 발행하고 틈만 나면 브런치 앱을 열고 닫았다. 통계에 실망하고, 주목받는 다른 작가들을 부러워하며 꿀꿀한 기분에 사로잡혀 의기소침해지곤 했다. 그런 순간들이 좀 줄어들면 좋겠는데... 실제로는 자꾸 더 낙담이 됐다.


내면 작업을 통해 그 징징거림 속에 숨어있는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 순간부터 마음 상태가 바뀌더니 서서히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숨 쉴 틈을 얻고 싶어 하는 마음이 보였던 거다. 맞다. 내게 브런치라는 공간은 한줄기 빛 같은, 밝음과 평화로움이 마구 쏟아지는 피안이다. 그곳에는 자신들만의 철학으로 세상사를 예술적 감성 넘치게 풀어내는 작가들이 잔뜩 포진해 있다. 그들 대부분은 따스함과 넉넉함을 넘치게 갖고 있는 듯하다. 기분 좋은 휘저음을 내 밖으로부터 받고 싶을 때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브런치로 들어오는 모양이다.


생짜로, 가끔은, 쥐어짜듯 글을 올리고 있는 진짜 내 마음이 읽혔다. 당 떨어졌을 때 초콜릿 먹는 거처럼 기운 좀 얻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나 스스로는 박하게 점수 매겨도 누군가는 '당신 글 속에 나를 사로잡는 이러저러한 게 있노라'라고, 표현해 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글 속에는 글쓴이가 그대로 드러난다고들 한다. 재밌는 글을 쓰려면 내가 좀 재밌어야 되지 않을까? 난 내가 꽤나 결단성 있는, 제법 화끈한 여자라고 생각해 왔는데 아니 그렇게 밀어붙였던 거 같은데, 내가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거 같았다. 가끔 언성만 높일 뿐, 화끈은커녕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그저 미지근한 모습이 글 속에 고스란히 배어있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내가 지루한 사람이 되었나? 아님 원래 그리 흥미로운 사람은 아니었나? 급기야는 나 자신에 대한 회의까지 들었다. 에고~ 그렇게 멀리까지 갈 일은 아니라고 생각의 타래를 거둬들였다.


그럼, 어쩌지? 그냥 잠시 휴지기에 다시 들어갈까? 시간과 마음에 여유가 생겨 책도 읽고 다른 작가들도 방문할 수 있을 때, 생각이라는 걸 사유의 단계까지 끌어올릴 힘이 있을 때, 그래서 글쓰기에 매진할 수 있을 때, 그때 다시 쓸까?


고개를 젓는다. 멈추는 것도 도망가는 것도 자꾸 하면 습관 되니까 그냥 계속 가자고 나를 다독인다. 지금 상태를 가감 없이 그대로 풀어놓자고. 그러다 보면 진정성 하나라도 건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나를 달랜다.


진정성 없는 작가가 어디 있다고? 뇌의 한쪽 구석에서 가치와 의미를 따지는 불신과 의혹이 스멀스멀 일어나는 걸 무시하고 '에라 모르겠다!' 속으로 외치며 꿀잠이나 해야겠다고 맘먹는다. 답을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내일은, 또 거의 미칠 만큼 일해도, 끝내기 어려운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핑계인지 현실인지를 직시한다. 그래도 포기 않고 글 한편 썼으니, 좋은 작가님들의 권고처럼, 이렇게라도 꾸준히 쓰다 보면 혹시 브런치 글쓰기에 재미가 붙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막연한 기대를 하면서 잠자리에 들 채비를 한다.


내일 다시 뜨는 태양은 내일 내게 또 다른 힘을 주겠지. 결국은 긍정 자세로 돌아선다. 비록 지금 글쓰기는 미미한 흔적만 남기지만 언젠가는 '빵' 터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기다림의 미학에 추파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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