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잘하고 싶어

12살 지구인 이야기(18)

by 도토리

아이는 저녁 시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많다.

그런데 오늘따라 아이가 오른손으로 턱을 받힌 채 수학 문제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엄마, 이거 모르겠어."

내용을 살펴보니 수학 선대칭 도형에 대한 수학 문제이다.

"학교에서 이미 배운 내용이니?"

"아니." "배우지도 않은 내용인데 모르는 게 당연하지."
"나도 예습해보려고."

"왜?"

"다른 아이들은 학원을 다녀서인지 공부시간에 엄청 빨리 풀더라고. 나도 학원은 안 다녀도 미리 공부 해고 빨리 풀 수 있나 해보려고."

아이를 돕기 위해 나는 조용히 해당 내용의 인터넷 영상을 찾아 아이에게 건넸고 아이는 조용히 영상을 봤다.

"엄마! 들으니까 다 알겠어!" 동영상을 보고 난 아이가 큰 소리로 말한다.

"내일은 수학 시간에 문제없겠는걸?"

수학 시간에 자기 빼고는 다들 빨리 푸는 것 같다고 느끼며 주눅이 들었을 아이가 스스로 뭔가 해답을 찾고 그 해답을 시도해보고 스스로 깨닫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늦은 시간 나는 조용히 아이 옆을 지켰다.

"엄마 이게 중요한 내용이야?"

"응, 맞아 이건 수학에서 약속이야. 이렇게 부르기로 말이야."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가 갑자기 수학 시간 이야기를 꺼낸다.

"엄마. 오늘 수학 시간 말이야."

어제 예습하고 간 아이이의 뒷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내심 궁금했기에 차를 멈추고 들었다.

"응. 어렵지 않았어?"

"놀라운 게..." 아이가 웬일인지 잔뜩 뜸을 들인다.

"선생님이 수학 시간에 갑자기 사회를 했어!"

"뭐!" 예상치 못한 소리에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하니 아이가 날 재미있게 속이기라도 한 듯 연신 웃어댔다.

난생처음 수학 시간을 기다려 본 아이. 그 마음이 참 귀엽다.

"다음 수학 시간을 기다려보자"

"근데 너 수학 잘하고 싶어?"

"응, 엄마 나도 잘하고 싶어."


내 아이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만나는 많은 아이들이 사실 정말 다 잘하고 싶어 한다. 공부든 운동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뒤처지기 싫어하며 잘하고 싶어 한다.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것이다.

공부 방법을 몰라서 일수도 정말 노력은 하는데 안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아이가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것, 그 누구보다도 스스로 잘하고 싶어 한다는 것.

부모인 나는 늘 가슴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