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 좀 잡아줘.

12살 지구인 이야기(16)

by 도토리

"초등학생이 돼서 뭐가 제일 좋아?"

"엄마 손을 잡고 같은 학교 가는 게 제일 좋아." 1학년 때 아이는 내 손을 꼭 잡고 같이 등교했다.

하굣길에는 운동장에서 나를 기다리며 노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 아이가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내게 달려와 손을 잡고 함께 하교하곤 했다.

언제 어디서든 손을 잡고 나란히 걸었던 우리. 서로의 손이 안전벨트가 되어주었던 우리의 등하굣길은 시간의 흐름을 받아 그때와는 이제 많이 다르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지난봄. 아이는 하굣길에 처음으로 나를 앞서 걸었다.

"우와. 벚꽃 봐라. 사진 찍어 줄게 거기 서봐."

아이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마치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동동걸음으로 나아갔다.

"왜 그렇게 빨리 걸어."

"엄마, 사실 친구들이 엄마랑 나랑 같이 손잡고 가는 거 볼까 봐 살짝 창피해."

"창피?" 예상치 못한 아이의 말에 눈이 커진다.

"왜? 엄마가 뭐 잘못한 거 있어?"

"아니. 그냥 왠지 특별해지고 싶지 않아. 다른 아이들은 다 자기 스스로 가잖아."


남들과 다르고 싶지 않다는 아이의 말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동안 나는 내 기준에서 아이에게 많은 것을 준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아이는 원하는 것이었을까? 언제 이렇게 커버렸을까? 나란히 손잡고 걸었던 우리만의 의식이 있었던 하굣길은 그날부터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오늘 아이와 함께 집으로 가는 길. 차가 오른쪽에서 아이 쪽으로 급히 나오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다칠까 순식간에 아이의 손을 잡았다. 다른 때 같으면 황급히 뺐을 아이지만 웬일인지 아이는 그대로 내 손을 잡고 있었다. 오랜만에 하굣길에 잡아본 그 통통한 손과 따스함이 좋아서 계속 잡고 있다가 장난기가 발동했다.

"오! 아들. 웬일로 손을 잡아주냐? 좋다!"

아이는 웃으면서 손을 살며시 뺐다.

'원 없이 잡았던 이 손을 이리 겨우 잡게 될 줄이야.'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아이가 제 나이에 맞게 잘 자라고 있다는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내 손이 함께 한 시간을 두 해로 나누어 보았다. 시선도 못 맞추면서 허공에서 애타게 나를 찾던 작은 손, 내 검지 손가락 하나를 제 다섯 손가락으로 꼭 쥐던 손, 내 손을 잡고 걸음마를 시작했던 손, 조심스럽게 블록을 함께 잡아 올리던 손, 처음 집 밖으로 나와 내 손을 잡고 놀이터로 나갔던 손, 연필을 함께 쥐고 글자를 써보던 손, 처음 등교하던 손, 아픈 엄마의 머리 위에 얹어 주던 손, 화가가 될 거라며 붓을 잡던 손, 무거운 내 짐을 함께 들어주는 손. 내 손과 아이의 손은 충분히 서로 아끼고 사랑했던 추억으로 가득하다.


해가 더해질수록 이제는 그 손을 자신을 위해 더 잘 쓸 수 있도록,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내미는 손이 될 수 있기를, 다른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게 자리를 내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는 아이에게 그저 한 시절 추억이면 되는 것 같다. 언제고 돌아보면 그 자리에 있었던 부모이면 족한 것 아닐까?


하지만 높은 하늘과 푸른 잎이 낙엽으로 바뀌는 요즘. 아이와 손잡고 예전처럼 하늘을 보며 걷고 싶다. 아이는 한 살일 때도 열두 살일 때도 나에게는 귀여운 아이일 뿐인가 보다.


내일은 용기 내서 천연덕스럽게 말해봐야겠다. "엄마 손 좀 잡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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