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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Mar 20. 2022

[서평]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1

"엄마, 울어?"

"그렇게나 그 책이 슬퍼?" 아이의 위로를 받으며 겨우 눈물을 멈췄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책을 읽다가 울어본 것은 아이어릴 적 함께 읽었던 <여우의 전화박스>와 <엄마가 유령이 되었어> 책 이후 처음이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를 뜨거운 눈물을 쏟게 한 책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2016년 올해로 15살이 된 은유는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다. 그런데 엄마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엄마의 얼굴도, 엄마가 왜 자기 옆에 없는 것인지 이유도 모른다. 주변 어른들이 말을 해주지 않았고 묻기도 힘들다. 그런데 아빠가 다른 여자랑 재혼을 한다고 한단다.  아빠의 제안으로 1년 뒤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고 느리게 가는 우체통에 넣게 된 은유. 그런데 며칠 후 그 편지에 '이상한 언니에게'라는 답장이 왔다. 그것도 1982년 같은 이름을 가진 초등학생 은유에게서 말이다.

2016년의 은유와, 1982년 은유의 편지 주고받기는 그렇게 시작되고 서로를 이상하게 바라보던 둘은 어느새 서로에게 기대며 자신의 속마음을 열어 나가기 시작한다. 2016년이 시계와는 달리 과거의 시계는 다른 속도로 빠르게 흘러가면서 어느 순간 과거의 은유가 어른이 되어 2016년 은유의 엄마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이야기 속에서는 2016년이 은유가 과거 학력고사 문제지를 찾아서 과거의 은유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물론 년도를 잘못 찾아서 과거의 은유는 별 혜택을 받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야기 속에서 펼쳐지는 여러 이벤트들을 보며 과거의 어린 나와 지금 내가 편지를 주고받는다면 나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다.


우선 나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거다. 그냥 주말은 주말답게, 방학은 방학답게 그렇게 여유를 부리며 살라고 말이다. 사실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나 싶다. 일과 공부에 참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삶이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었던 공부를 어른이 되고 나서도 그리 열심히 했는지. 후회는 없지만 공부를 택하면서 나를 챙기지 못하고 외롭게 지낸 것 같다.


둘, 아닌 것은 아닌 거라고 단단히 일러둘 것이다. 사람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부모도, 자식도, 친구도, 연인도 그들은 그들의 몫과 나와의 인연만큼 나에게 머물다 가는 것이다. 관계가 좋든 싫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일 뿐이라고, 오롯이 너의 책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줄 것이다.


끝으로, 너 진짜 괜찮은 사람이다 할 거다. 네가 살아가면서 겪을 고통이 분명 많을 것이지만 그 안에서 너는 더 괜찮은 사람으로 진화할 거라고 말이다. 자신의 고뇌가 크면 타인의 고뇌가 보이는 법이라고 했다. 내가 상처가 많기에 아픈 사람이 눈에 보일 거라고. 그리고 다가가서 안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줄 것이다. 그러니 꿋꿋이 견디라고 살아내라고 잘 될 거라고 말이다.


한편 아빠와 딸의 평행선 같은 관계 속에서 새 가족을 맞이할 준비가 안된 은유를 바라보며 은유의 마음 편에 서게 되었다. 왜 더 다정다감한 아빠일 수는 없는지, 엄마의 존재도 모르는 아이에게 느닷없이 새엄마라니. 은유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은유 아빠를 탓했다.

하지만 나중에 느리게 가는 우체통으로 1년 뒤 은유 앞으로 보내져 온 아빠의 편지 속에는 엄마에 대한 모든 이야기와 은유가 오해했던 많은 부분들을 설명하고 남을 사실들이 담겨 있었다.


그렇다. 가족이라고 내가 그 사람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각자의 이유와 서로의 이해가 만나 함께 할 때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모른다. 이야기 속 한 문장처럼 어쩌면 가족이라는 존재는 더 많이, 더 자주 서로를 이해해야만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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