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연애하고 싶다

13살 지구인 이야기(21)

by 도토리

"아... 연애하고 싶다."

도서관에서 스스로 고른 책들을 담아둔 에코백에서 책을 하나 꺼내면서 하는 말이라기에는 난데없다. 고개를 들어 아이가 꺼낸 책을 보니 제목이 <우리 같이 손잡고 갈래?>였다. 난데없는 말과 예사롭지 않은 책 제목에 나도 모르게 한마디가 나온다.

"그래서 그 책을 고른 거야?

"응" 내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아이를 보니 웃음이 터진다.

"왜, 아예 나랑 사귈래? 이런 책을 고르지 그랬어." 아이를 놀리고 싶은 장난기가 생겼다.

"그런 책이 없더라고. 있으면 그걸 골랐지"

무슨 소리냐고 할 줄 알았는데 너무나 태연하게 그럴 것이다라고 대답하며 자기감정을 숨김없이 말하는 아이에게 눈을 동그랗게 뜨게 된다.

"그나저나 지난번에 너 좋아한다고 한 친구는 누구야?"

"그건 비밀."

아이는 뭔가를 이야기하려고 하다가 멈추고 책을 읽는다.

6학년이 된 아이는 이성 친구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그전에는 단순히 '호감 가는 아이가 있어' 수준으로 표현하던 아이가 오늘은 꽤나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연애하고 싶다니...

13살 아이의 자연스러운 감정인데 나에게는 아직 아이의 그런 마음이 낯설고 '나도 저 나이에 그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요즘 들어 아이는 혼자 거실이나 방에서 책을 읽거나 숙제 등을 하다가 혼자 피식 웃거나 깔깔거릴 때가 잦다.

"뭐 좋은 일 있어?"

"그런 게 있어."라고 답한다.

궁금한 것 투성이지만 사춘기 아이와의 긴 대화에서는 묻고 싶은 것의 반만 물어야 한다. 더 아는 채 하거나 물었다가는 다음에는 아예 말도 꺼내 주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도 자기감정을 솔직히 드러내 주는 13살 사춘기 지구인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렇게 대화는 멈췄고 주말 저녁시간 거실에서 아이와 나는 함께 책을 읽었다. 하지만 나는 나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자의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인 엄마는 혼자 잠시 멍을 때렸고 아이는 책을 읽다 말고 일어서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가 가고 읽다만 책의 제목과 책 표지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우리 손잡고 갈래?'

제목만 보고 또래 친구와의 연애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아이겠지만 내가 느낀 감정은 달랐다.

좁고 긴 계단길 아래에서 혼자 오르기 힘들 아이에게 엄마가 '우리 손잡고 갈래?'라고 말을 건네는 장면이 떠올랐다. 역시 아이는 사춘기 모드 나는 엄마 모드다. 똑같은 책을 보고도 이리 다른 예상을 해내다니.

결국에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꼭 물어봐야겠다.

"그래서 그 책의 주인공 아이는 연애를 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