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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ul 26. 2022

찾았다!

13살 지구인 이야기(36)

주말에 서울에 다녀올 일이 있어 호안 미로 시회에 다녀왔다. 순한 듯 하지만 선명한 색깔들과 어울려 작품들은 독특한 분위기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보며 도슨트 설명을 듣다가 호안 미로가 그렸다는 별 그림  특징을 듣고 나지막이 잣말이 나왔다.

'아! 그 그림이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그림은 바로 아이가 5살 때 어린이집에서 그렸던 그림이.

어딘지 모르게 아이가 그린 그림이 호안 미로의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화된 그림 하며 별 모양까지. 그런데 아이가 호안 미로의 그림을 보고 그렸다는 장담을 하기 어려워  화가의 그림을 검색하다가 기어이 찾고야 말았다. 시회에는 전시되지 않았지만 <종달새를 쫓는 빨간 원판>이라는 그림이었다. 내 예상대로 아이는 5살의 눈으로 호안 미로 그림을 보고 그렸던 것이다.

 그 아이의 눈이 보고 그린 그림을 보자니 아이의 작은 손이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을 순간을 상상하자 웃음이 일었다.

제 손가락보다 두껍고 긴 크레파스를 잡고 꾹 누르며 선을 그리고 바쁘게 눈을 왔다 갔다 하며 그렸을 다섯 살 아이. 그런 아이가 생각나서 아이에게 다급하게 톡을 보냈다.

'네가 어린이 집에서 그렸던 이 그림 기억나?'

'엄마 가 보고 그린 그림을 그린 화가의 전시회에 왔어!'

13살답게 ㅋ가 하다 5살 치고는 자기가 봐도 잘 그렸단다.


그 다섯 살 아이는 어느덧 13살이 되었고 화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챕터가 바뀌는 순간이 있다. 근데 그 순간은 별안간 오고 어떻게든 흘러가고 찰나이다. 아이가 화가를 꿈꾸는 순간이 내게는 그랬다. 주변에 딱히 그림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닌지라 생각해본 적도 그에 어울리는 지원을 해준 적도 없다. 그래도 아이에게 그렇게 꿈은 왔고 잘 흘러가고 있다.


"엄마 이면지 한 50장쯤 있어?"

"뭐에 쓰려고?"

"번 방학에 매일 그림을 그려보려고."

지금은 멋진 화가의 그림보다는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따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이는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일 그림을 그려보려는 아이가 사뭇 진지하고 기특해 보인다.


"엄마! 어때"

그림을 완성하면 항상 내게 물어보는 아이에게 내가 건네는 말은 딱 하나다.

"우와! 나 가져도 돼?"


나에게 언제나 내 글의 첫 독자가 아이이듯. 나도 아이의 그림을 봐주는 첫 관람자이며 든든한 구독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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