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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Sep 25. 2022

글감 사냥꾼

13살 지구인 이야기(52)

나는 13살 내 아이와의 일을 주로 글로 쓴다. 아이와의 일을 기록하다 보면 부모인 나는 금세 착해지고 아이의 존재 자체에 감사하게 된다. 특히 마음에 수없이 모가 난 부분이 생기고 거칠거칠 해진 날에 우연히라도 SNS에 올려두었던 추억이나 브런치의 글들을 읽다 보면 어지럽던 마음이 체로 한번 걸러낸 것처럼 가라앉는다. 오늘은 아이와의 추억 속에서 또 한 번 위로를 받는 날이었다.

6년이나 된 오래된 짧은 글과 뜬금없는 사진을 보면서 무슨 일이 그때 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보일 듯 말듯한 기억의 장면을 퍼즐처럼 맞추다 보면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간다.

 

"엄마 난 엄마를 매일 좋아해."

"엄마는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너무 좋아했어."

그 말에 아이는 자기가 엄마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엄마도 나를 좋아해 주는 게 감동이라며 눈물이 난다고 했었다. 고작 7살 꼬마가 이런 진지한 말을 하기에 놀라 기록을 해둔 기억이다.

꼬마였던 아이는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는 일이 기적 같은 일라는 걸.


해리포터에는 펜시브라는 마법도구가 나온다.  덤블도어는 마법 지팡이를  관자놀이에 대어 기억을 꺼내 펜시브에 넣어 해리에게 자신의 기억을 보여준다. 에겐 펜시브라는 도구는 없지만 아이와 나의 기억을 기록해둔 글과 사진이 있다. 언제든지 한 시절의 아이의 모습을 보고 싶을 때면 나는 덤블도어의 펜시브처럼 올려뒀던 글과 사진을 찾아가 어린아이를 다시 만나고 온다.


예전 기억에 마음이 따뜻해져 마루 있는 아이에게 갔더니 책을 읽다가 나를 보며 말했다.

"왜? 엄마 글감 찾으러 왔어?"

아이의 예상치 못한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다.

"그건 아닌데 온 김에 글감이나 찾아볼까?" 하면서 수사에 임하는 탐정처럼 예리한 눈빛으로 아이의 행동을 살피는 척을 한다.


나는 아이 주변을 계속 이렇게 맴돌면서 글감을 잘 사냥해서 아이의 하루를 잘 기록해 둘 것이다. 아이에게도 내게도 이런 언제고 다시 그 행복했던 시간으로 되돌려주는 마법 같은  선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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